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안건 등을 확정했다. 이로써 박찬구 회장(좌측)과 박철완 상무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DB, 금호석유화학 제공 |
오는 26일 주주총회 개최…의안상정가처분신청 결과도 곧 나와
[더팩트|이재빈 기자] 금호석유화학 경영권분쟁 1라운드가 개막했다. 사측이 박철완 상무가 제안한 주주제안 가운데 일부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으면서다.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일부 주주제안은 조만간 법원에서 상정 여부가 가려진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총회 안건과 날짜를 확정지었다. 박철완 상무가 지난 1월 제안한 안건 가운데 △정관 일부 개정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은 총회 안건으로 확정됐다. 다만 보통주 배당금을 15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우선주 배당금을 1550원에서 1만1050원으로 확대하는 '배당 결의의 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사측이 '배당 결의의 건'을 상정하지 않은 까닭은 박철완 상무가 처음 제출했던 주주제안 중 해당 항목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철완 상무는 첫 주주제안에서 보통주 1만1000원, 우선주 1만1100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정관과 부칙 등에 따르면 보통주와 우선주 간 현금 배당액 차이는 액면가의 1%로 제한된다. 액면가가 5000원인 만큼 차등 배당액은 50원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박철완 상무가 2%인 100원의 차등 배당을 요구했기 때문에 주주제안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박철완 상무는 즉각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며 수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사측은 상법상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6주 전에 주주 제안이 회사 측에 전달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며 안건 상정을 거부한 상황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공시에서 "해당 안건 상정여부는 추후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도 배당금 확대 입장을 밝혔다. 배당금으로는 보통주 4200원, 우선주 4250원의 배당을 제시했다. 총 배당금 규모는 약 1158억 원이다. 박철완 상무가 배당 확대를 내세운 만큼 사측도 전년 대비 배당을 확대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배당금은 보통주 1500원, 우선주 1550원이다.
9일 공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박철완 상무가 제출한 주주제안 중 배당확대를 제외한 모든 안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더팩트DB |
배당 확대 안건은 박철완 상무가 이달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기 위한 필수요소다. 오는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상무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0%에 그친다. 반면 박찬구 회장과 그의 자녀 박준경 전무, 박주형 상무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14.84%다. 박철완 상무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성공시키려면 소액주주의 지지가 절실한 셈이다. 그리고 배당 확대 안건이야말로 박철완 상무가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외국계 주주를 결집시킬 수 있는 '핵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당 확대 안건이 끝내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다면 박철완 상무를 지지하는 주주의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물론 박철완 상무도 대응책을 준비해뒀다. 이미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안상정가처분신청을 하면서 사측이 주주제안 일부를 총회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양측은 이미 지난 5일 첫 심문에서 수정 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어 박철완 상무는 지난 8일 참고서면을 추가 제출했고 사측은 9일 준비서면을 제출한 상태다. 가처분신청의 결과는 이번주 중으로 나올 전망이다.
이날 주주총회 안건과 날짜가 확정됨에 따라 박철완 상무의 행보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철완 상무는 앞서 "주주제안 관련 세부 안건 및 의결권 위임 정보는 상법에 따라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안건이 확정된 후에 추가로 공개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는 오는 26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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