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망사고·저질 표어 논란에도…업계선 '갓태영' 왜?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1.03.10 00:00 / 수정: 2021.03.10 00:00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3위에 이름을 올린 태영건설은 중견건설업계에서는 단연 높은 연봉으로 채용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태영건설 사옥 /윤정원 기자
지난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3위에 이름을 올린 태영건설은 중견건설업계에서는 단연 높은 연봉으로 채용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태영건설 사옥 /윤정원 기자

메이저급 연봉 효과 '톡톡'…성과급도 '쏠쏠'[더팩트|윤정원 기자] 일감 몰아주기와 잦은 사망사고, 저질적인 표어를 담은 현수막 등으로 태영건설이 업계에서 비난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내에서 좋지 않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채용시장에서 태영건설의 인기는 쉬이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 태영건설 "경력직 면접 진행 중"…채용 인기 까닭은 '돈'

지난달 22일까지 태영건설은 △건축시공 △경영관리(IT·기획) △토목영업 △기술연구 △개발사업(민간도급·도시정비) 등 분야에서 2021년 정규직 경력사원 공개채용 지원서를 받았다. 경력직 사원 모집 당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태영건설에 대해 묻는 글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태영건설 경력직 쓰는 사람?", "좋은 건설사를 다니면서도 태영건설로 이직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네요", "갓태영" 등의 글이 심심찮게 보였다.

건설업계 채용시장에서 태영건설이 자주 언급되는 까닭은 단연 '높은 연봉'에 있다. 태영건설 홈페이지에 기재된 지난해 현장기준 신입기사의 초봉은 5310만 원이다. 연 1회 조직 기여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경영성과급도 달콤한 당근으로 알려졌다. 월 급여 기준 최대 300%에 이르는 성과급을 두고 한 태영건설 직원은 "다소 보수적인 사내 문화가 가끔 버겁게도 느껴지지만 급여도 메이저 수준이고, 성과급이 나올 때마다 1년은 더 다녀야겠다는 의욕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견건설업계에서야 태영건설의 연봉은 당연히 알아주는 수준인 데다 이번에는 정규직으로 뽑아서 더 인기가 많았지 않았겠나. (시공능력평가) 10위 안쪽 건설사에서도 직급을 높일 경우 태영건설로 이직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간간히 들렸다"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태영건설 측 관계자는 앞서 지원서를 제출한 인원 등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지만 "현재 면접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20 시공능력 평가'에 따르면 태영그룹의 모태인 태영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2조6879억 원 수준이다. 2019년 기준 매출액은 3조9243만 원, 영업이익은 3912억2221만 원이다.

지난달 경력직 지원서를 접수받던 당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태영건설에 관한 게시글과 댓글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블라인드 갈무리
지난달 경력직 지원서를 접수받던 당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태영건설에 관한 게시글과 댓글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블라인드 갈무리

◆ 연이은 안전사고에 일감 몰아주기 논란까지

채용시장에서 인기와 무관하게 태영건설은 잇단 안전사고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지난 1월 20일 과천지식정보타운 S-5BL '과천 르센토 데시앙 아파트' 공사에서는 기초공사용 5톤 콘크리트 파일에 하청 근로자가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당시 태영건설은 2017년 10월 김포 운영역 도시형생활주택 '라피아노' 공사현장에서 2명의 근로자가 사망한 데 따라 2020년 10월 30일부터 2021년 1월 29일까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태영건설이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이에 법원이 영업정지 처분을 유예하긴 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태영건설 측에 잇따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더군다나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있는 과천지식정보타운 S-3BL 신혼희망타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달 27일 또 한 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트럭에 실린 1톤 무게의 H빔들을 지게차로 옮기는 과정에서 60대 근로자가 숨지고, 70대 하청 근로자는 복부 등을 크게 다쳤다.

태영건설은 앞서 SBS 콘텐츠허브의 부당 지원 의혹으로도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019년 4월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의 부인 명의 회사 '뮤진트리(mujintree)'가 대주주 묵인 또는 지원 아래 SBS 콘텐츠허브와 독점 수의 계약을 맺고 지난 10여년 동안 200억 원대 안팎의 SBS 콘텐츠 수익을 챙겼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SBS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SBS콘텐츠허브와 뮤진트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달 24일 SBS에 무혐의 처분을 통보했다. "SBS콘텐츠허브가 뮤진트리에 대해 상당히 높은 대가에 의해 지원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과다한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고 뮤진트리를 부당하게 지원하려고 의도했다는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면 여전히 전국노조 SBS본부는 공정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전국노조 SBS본부는 무혐의 처분 통보 이후 성명서를 통해 "이번 무혐의 결정은 그간 공정위 고발이 없으면 수사조차 불가능한 전속 고발권을 거꾸로 악용해 각종 부당행위와 불공정거래로 사익을 추구해 온 재벌 대기업과 사주들에 대해 면죄부를 남발해 온 문제적 관행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SBS 사측은 자회사인 콘텐츠허브와 태영건설 CEO 간의 부적절하고 부도덕한 거래 관행을 청산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저질스러운 안전표어 논란…태영건설 안내판에 시민들 '격분'

경력직 채용 접수 이후의 일이지만 이달 8일 태영건설은 저질스러운 현수막 표어로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부산진구 등에 따르면 부산시민공원 북문에 건립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장에는 이날 오전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안내판이 걸렸다. 문구 주위에는 눈만 내민 채 이불을 덮고 있는 여성과 5만 원권 돈뭉치가 그려져 있다.

당시 안내판 문구를 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상식 밖이라며 고개를 저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진구 시민들은 "여성 혐오가 느껴져 굉장히 불쾌했다. 그 누구도 유머로 생각하지 않을 거다", "출근길에 이 안내판을 봤는데 보자마자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제정신이라면 저런 문구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등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수막을 발견한 시민들이 곧바로 관할인 부산진구와 부산시 등에 항의한 덕분에 간판은 당일 오후 2시경에 바로 철거됐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현수막 게재는 공사 현장에서 이뤄진 사안이다.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로, 논란이 일 줄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현수막은 바로 철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안전 사인물의 경우 본사를 안 거치고 현장에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문구가 그대로 쓰인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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