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전날인 3일까지 44거래일 연속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더팩트 DB

에쓰오일·롯데케미칼 최다 매수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연기금의 최장 매도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연기금은 44거래일 연속 대거 팔아치우면서도 최근 정유와 화학 등 경기민감주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전날인 3일까지 44거래일 연속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연기금은 전날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47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에 이 기간동안 연기금이 팔아치운 액수는 코스피 시장에서만 13조128억 원이다.

연기금의 매도는 주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성장주라고 불리는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됐다. 가장 많이 팔아치운 것은 삼성전자(4조1890억 원)로, 전체 순매도 금액의 31%가량이다.

LG화학에도 대량 순매도에 나서 8881억 원 가량을 팔았다. 이어 SK하이닉스(7592억 원), 현대차(6738억 원), 삼성SDI(5119억 원), SK이노베이션(5043억 원), 네이버(4968억 원) 등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은 정해진 국내 주식 투자 비중에 따라 주가 상승으로 인해 보유 비중이 초과하면 그만큼의 물량을 매도한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 주식 비중 목표는 16.8%로, 현 주가 기준 연말까지 20조 원 이상 추가 처분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연기금이 대량 매도를 지속하면서도 최근 사들였던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연기금은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정유·화학·유통 업종을 중심으로 담았다.

연기금이 지난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에쓰오일(S-Oil)로, 1279억 원을 사들였다. 이어 롯데케미칼(985억 원), KT(665억 원), LG디스플레이(540억 원), 삼성생명(443억 원), 포스코(408억 원), OCI(400억 원)순으로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지난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에쓰오일로, 1279억 원을 사들였다. 이어 롯데케미칼(985억 원), KT(665억 원)을 매수했다. /더팩트 DB

이들 기업은 금리와 물가 등 경기의 영향을 받는 경기민감주로 불린다. 최근 한국과 미국의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등 금리가 상승하며 해당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백신접종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에 하락한 경제가 회복할 가능성이 시사되면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1.5%에 근접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연기금이 보유 비중을 확대하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인 주가상승 기대감이 따라온다. 실제로 지난달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인 에쓰오일과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각각 24.63%, 21.84% 상승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지난해 내내 부진한 주가흐름을 나타냈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주가가 높은 코스피 대형주를 위주로 매도하면서도 경기 변화에 따라 상승이 예상되는 대형 종목은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이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황이 좋아지면 주가 상승 여력이 큰 종목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