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점포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계에서는 '인력 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영업 시작 전인 롯데마트 당산점. /이민주 기자 |
창사 23년 만에 희망퇴직…업계 "인력 구조조정, 실적 향방에 달렸다"
[더팩트|이민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리스크를 비롯해 끊이지 않은 대내외 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롯데마트가 창시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이라는 고육지책을 꺼내들면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2주간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창사 23년 만에 처음이다.
대상은 정직원 4300여 명 중 동일 직급별 10년 차 이상 직원으로 캐셔(계산원)와 무기계약직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근속연수별로 최대 기본급 27개월분의 퇴직위로금과 대학생 자녀 1인당 학자금 500만 원을 지급한다.
일각에서는 롯데마트가 이미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만큼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자발적' 인력 조정이 사실상 '강제적' 인력 조정으로 성격이 바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롯데쇼핑이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에 돌입하면서부터다.
롯데마트 운영사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 반등을 위해 자사가 보유한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오프라인 점포 700여 개의 30%에 해당하는 200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했다. 점포 정리는 2023~2025년까지 차례로 진행한다.
특히,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가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점포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목표의 절반에 가까운 99개 점포를 정리했다. 점포 수가 많은 롯데마트와 슈퍼가 집중 타깃이 됐다. 지난해 문을 닫은 롯데마트 점포 수는 12개, 롯데슈퍼 68개다.
롯데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 24일부터 2주간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
당시 롯데쇼핑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다수 점포를 정리한 롯데마트 측에서도 "'인력 재배치'를 기본 방향으로 삼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인위적인 인력 감축 가능성을 일축했다.
롯데마트는 이번 희망퇴직 시행과 관련해서도 "실적 악화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도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희망자에 한해 이뤄질 예정이며 신청자가 없을 경우 진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의 이 같은 설명에도 인력 감축 '칼바람'에 대한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 시행 이후 롯데쇼핑 직원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쇼핑 총직원 수는 2만486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9(11.9%)명 줄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롯데마트 직원 수는 1089명(8%), 롯데슈퍼는 1316명(19%) 감소했다.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계약이 만료 된 실버사원 38명을 퇴사 처리했다. 실버사원은 만 55세 이상 계약직 직원으로 모집 당시 70세까지 다닐 수 있다고 홍보했으나, 최근 경기 등 상황이 악화하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여기에 노동조합까지 구조조정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롯데쇼핑을 포함한 롯데그룹 직원들은 최근 구조조정 관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를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협의회 출범을 알렸으며, 향후 롯데그룹의 인력감축, 비용 절감 중심의 구조조정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200여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점포를 폐점하면서 모든 직원을 안고 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롯데쇼핑 측에서 아직 이번 희망퇴직과 같이 임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본 전제로 인력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올 한 해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