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이 23일 오전 상의회관에서 열린 서울상의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최태원, 상의 회장 첫 행보 어땠나…"어려운 시기, 무거운 중책"
[더팩트ㅣ상의회관=이성락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서울상의) 회장으로 취임하며 경제단체장으로서 첫 행보에 나섰다. "향후 중점적으로 다룰 부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겠다"고 밝힌 최태원 회장은 다음 달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이후 특유의 소통 능력을 발휘해 적극적으로 경제계 목소리를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부회장단에 합류한 기업인들도 신임 회장과 함께 대한상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다만 새롭게 합류한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IT 기업 거물급 최고경영진(CEO)은 예정된 스케줄 탓에 대한상의 첫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서울상의는 23일 상의회관에서 정기 의원총회를 열고 최태원 회장을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날 회의에는 최태원 회장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포함해 서울상의 의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는 관례에 따라 다음 달 24일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취임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날 최태원 회장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후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중책을 맡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한상의 회장을 맡기에 앞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책임감을 강조한 최태원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으로서 이끌어나가며 견마지로를 다하도록 하겠다"며 "경제계와 사회 발전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상의 회장 공식 취임 후 처음 대면한 부회장단에게는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선출 직후 인사말에서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저로선 혼자 이 일을 해나가기는 어렵다"며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셨을 때 경영 환경과 대한민국의 앞날, 미래 세대를 위한 좋은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상의 부회장단으로 새롭게 합류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카카오 제공, 유튜브 캡처 |
이날 총회에서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의 개편도 이뤄졌다.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 변화 흐름에 맞춰 IT, 스타트업, 금융 기업들이 부회장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합류 대상은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김범수 의장, 김택진 대표,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 SV위원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7명이다.
상의회관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김남구 회장은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합류하게 됐다"며 "회장님과 선배들을 잘 모시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화제를 모았던 김범수 의장은 이날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사전에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불가피하게 여민수 대표가 김 의장을 대신해 참석했다는게 카카오 측의 설명이다.
김범수 의장과 함께 '젊은 피'로 큰 주목을 받은 김택진 대표도 미국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해 정진수 수석 부사장이 대리 참석했다. 엔씨소프트의 서울상의 합류와 관련해 정진수 부사장은 "게임 산업과 디지털 산업의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과 김택진 대표는 사전에 총회 불참 소식을 알렸다. 부회장단은 기업 활동이 있으면 대한상의 일정을 반드시 소화하지 않아도 되며, 주요 안건에 대한 의사 결정이 필요할 경우 서면으로도 의견을 전할 수 있다.
최태원 신임 서울상의 회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서울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경제계는 이날 최태원 회장과 새롭게 구성된 부회장단이 공식적으로 상의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재계 대표 경제단체로 부상한 대한상의의 위상이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 체제 아래 더욱더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은 합류 기업인 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 금춘수 한화 부회장, 김원 삼양사 부회장,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이순형 세아제강지주 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정기옥 엘에스씨푸드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경제계 유력 인사들로 구성됐다. 재계 맏형인 최태원 회장은 3·4세대 경영인과 2세대 경영인 간 가교 역할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공식 취임 이후 중견·중소기업과 적극적인 소통에도 나설 전망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경제단체장을 맡은 만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다양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일에 당분간 집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면 과제로는 기업 규제의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꼽힌다. 앞서 박용만 회장도 임기 동안 특정 영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단 모든 기업에 영향을 주는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 법안이 국회를 줄줄이 통과하면서 재계에선 어느 때보다 힘 있는 경제단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상태다.
최태원 회장은 혁신 입법 추진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소통'에 능한 최태원 회장이 정부, 정치권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외에도 최태원 회장은 기업 경영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경제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재계에서 'ESG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기업들의 ESG 중심 협력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경제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과 김택진 대표 등 새롭게 합류한 기업인뿐만 아니라 기존 부회장단에 소속된 기업인들 모두 ESG를 강화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최태원 회장 주도 아래 업계 간 ESG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