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2·4 대책과 관련, "주택 공포 매수가 잡힐 것이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억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자평했다. /남윤호 기자 |
"정부가 말하면 될 것도 안 돼" 국민 불신 최고조
[더팩트|윤정원 기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4 대책과 관련, 신규 주택 공급방안은 기존 개발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토지주에 돌아가는 이익도 크다고 설파했다. 국민들 사이에서 팽배한 2‧4 대책 실효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함으로 해석되지만, 물음표는 여전한 분위기다.
◆ "3억 원 이하 집 있나?" 文정부 정책 불신 팽배
변창흠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번 대책은 종전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행정절차도 간소화했기에 조합들은 기존 방식으로 할 것인지, 이 방식으로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며 "비교해보면 2·4 대책에 제시한 사업이 얼마나 빠르고 이익이 되는지 즉시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대책과 같이 신뢰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날 변 장관은 "자치구와 서울 구청장도 2·4 대책이 실효성 있고 호응이 좋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질의응답도 했고 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컨설팅도 벌일 예정"이라면서 "토지주와 건설사, 디벨로퍼들에 대한 맞춤형 홍보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값 안정화 확신에 대한 박상현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도 그는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주택 공포 매수가 잡힐 것이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억제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2·4 대책과 관련해 의구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책이 공급쇼크라고 했지만 시장의 반응을 보면 쇼크받는 분은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며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공급발표가 정상이라고 보느냐. 정부는 토지주 등이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국 공공 개발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변 장관은 "공공이 민간의 사업을 빼앗아서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을 공공이 대신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역시 "공급 대책에서 서민도 '어포더블(affordable)'한 분양가로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서민도 집을 사려면 분양가는 3억 원 이하는 돼야 한다"며 "그런 가격으로 공급될 수 있는 주택은 몇 채냐"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백만 채의 주택을 지으면 뭐 하느냐. 서민들은 결국 내가 들어갈 집은 없다고 생각하고 기대를 접었다"라고 꼬집었다.
최근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윤정원 기자 |
◆ 2‧4 대책 비웃는 집값…설 연휴 이후에도 신고가 경신 잇달아
국민들 역시 비난 일색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화장실에 버려진 휴지가 더 실효성 있겠다", "분당이 20만 가구 짓는 데 30년 걸렸다. 2025년까지 25만 가구를 어떻게 짓겠다는 것인가", "결국 공기업 앞세워서 세금 걷기 위한 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나", "문재인 정부가 임기 4년 동안 수십 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 정부가 말하면 되던 것도 안 되더라"라는 등의 지적이 줄을 잇는다.
실제 수도권 집값 역시 정부의 대책을 비웃는 모양새다. KB리브부동산이 발표한 2월 3주차(15일 조사 기준) 주간주택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주(2월 1주차) 대비 0.10%포인트 상승한 0.69%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설 연휴를 지낸 2주 동안 0.42%다. 전주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경기는 0.88%를 기록하며 연휴 이전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 신규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 중에는 연일 신고가를 기록하는 곳들도 다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 16일 24억1000만 원(1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나타냈다. 작년 11~12월만 하더라도 21억~22억 원 수준이었던 아파트다.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전용면적 84㎡도 이달 8일 14억6000만 원에 매매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비사업 과정이 워낙 돌발변수가 많은 만큼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약속한 물량이 모두 공급될지 알 수 없다"며 "후속 조치가 양질의 주택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 집값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정책은 양보다는 속도와 질이 더 중요하다"면서 "2·4 대책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고, 실현 여부도 불투명해 당장 집값 안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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