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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탓' 논란부터 사죄까지…산재 청문회서 포스코·현대重 등 고개 '푹'
입력: 2021.02.22 17:11 / 수정: 2021.02.22 17:11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 등 증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 등 증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9개 대기업 대표들 총출동…관리감독 강화 방침 전해

[더팩트|윤정원 기자] 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회가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 기업 수장들을 향해 뼈 아픈 충고를 전했다.

22일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는 예상했듯 대기업 수장들의 연이은 사과로 점철됐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2년간 제조·건설·택배업 분야에서 가장 자주 산업재해가 발생한 9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재 발생 원인과 예방 대책에 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앞서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 증인 대상 기업 9곳의 2016~2020년 9월 산재 사망자 수는 도합 108명에 달한다.

◆ 포스코 최정우 "노후화·관리감독 부족 영향…하청 근로자 위할 것"

초장부터 의원들로부터 집중 저격을 받은 건 최정우 회장이었다. 앞서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최정우 회장을 향한 일침으로 청문회는 시작됐다. 청문회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김웅 의원은 김 회장의 허리 건강을 묻고는 "허리 아픈 것도 불편한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럽겠나"라며 질의 물꼬를 텄다.

김웅 의원실에 따르면 포스코에서는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총 19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포스코 측은 이중 산재 사망자로 8명만 인정하는 상태다. 이달 8일에도 사망사고가 있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원료부두에서 언로더(철광석‧석탄 등 이동용 크레인)를 정비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에 몸이 끼는 사고였다. 지난해 11월 광양제철소 산소배관 폭발사고로도 3명이 숨졌다.

최 회장은 유족과 국민들을 향해 대대적인 사과까지 한 상태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포항제철소 사고현장을 방문한 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의 최고책임자로서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분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바탕으로 유가족분들이 요구하시는 추가 내용들이 있을 경우 이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청문회에서도 최 회장은 사과를 거듭했다. 그는 "안전 최우선을 목표로 시설 투자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협력업체를 포함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제철소의 노후화와 함께 관리 감독의 부족을 겸허히 인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포스코 제철소는 5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 많다"며 "노후 시설에 의한 요인과 관리감독의 부족이 산재의 원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협력사에 대한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협력사 대상 안전신문고를 도입한 상태"라며 "협력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포스코의 경영 방침에 맞춰서 안전 및 노무 관리를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흡한 회사들은 쌍방 간 계약에 의한 경영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하청 근로자에 대해 대변할 수 있는 구조 또한 고민하겠다"라고 부연했다.

◆ 현대중공업 한영석 "불안전한 행동" 언급 논란…"책임 전가한 것 아냐" 해명

이날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산재 신청건수가 2016년 297건에서 2020년 653건으로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산재 기준 변경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소음성 난청과 근골격계로 인한 업무상 질병이 산재에 포함된 데 따른 수치 상승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점, 근골격계 예방프로그램 예산이 전체 예산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그는 "그렇다. 예산이 너무 적은 것 같다. 필요하다면 예산을 늘려서 실질적인 예방 활동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한영석 사장은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 언급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영석 사장은 "중대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고인이 되신 분들의 영령에 매우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산재 사고는 불안전한 작업장 상태와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의해 일어나는데, 불안전한 작업장 상태는 안전 투자를 통해 바뀔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라고 말해 비난을 샀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안전 행동뿐만 아니라 시설 장비와, 관리‧감시‧감독 등 세 가지가 모두 망가질 때 중대재해가 난다"면서 "2018년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2019년 LPG 탱크 경판 추락사고, 지난해 낙하사고 모두 관리감독이 잘 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라고 질타했다. 이에 한영석 사장은 "불안전한 행동은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이 많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절대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 아니다. 비정형화된 것을 정형화해 안전한 현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에만 4명이 작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작년 5월에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용접 가스에 질식해 숨졌고, 4월에는 현대중공업 소속 근로자 2명이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그에 앞선 2월에는 하청업체 근로자가 21m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9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5년 연속 사망자를 낸 곳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9월 3명 등 모두 16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가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GS‧현대‧포스코건설 "건설사 부정적 인식 개선하겠다"

제조업 부문 수장들에 뭇매가 조준되는 측면이 강했지만, 다수의 사망자를 낸 건설사 대표들 역시 의원들로부터 지적과 질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실제 국내 산업에서 산재 사고가 가장 근절되지 않는 곳이 건설 현장이기도 하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청문회에 참석한 건설사의 2019~2020년 산재현장 사망자 수는 △포스코건설 10명 △현대건설 7명 △GS건설 4명 등이다.

청문회에서는 해외 건설현장 산재사고 은폐 및 위축에 관한 일갈도 있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 산재사고 건수는 △GS건설 55건 △현대건설 129건 △포스코건설 35건 등이다. 그러나 현재 국토교통부가 파악하는 것은 포스코건설 3건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무현 사장과 이원우 부사장은 "기준이 다른 것 같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고, 한성희 사장은 "해외건설 촉진법 사고 보고기준에 따라 누락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청문회에서는 해외 산재 발생건수는 감소하는 반면 국내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데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임종성 의원실에 의하면 최근 5년 간 건설현장 1개당 산재사고가 현대건설의 경우 국내 0.19건 증가, 해외 1.47건 감소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국내서 사고 건수가 161건 증가하고 해외에서 0.42건 감소했다. 포스코건설은 국내와 해외 모두 줄긴 했지만 해외에서의 감소량이 9배 이상 컸다.

이와 관련 임종성 의원이 "각 건설사가 국내와 해외의 건설 현장에서 안전 관리 중요도를 달리 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묻자 건설사 대표들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무현 GS건설 사장은 "해외라고 해서 국내 이상의 관리를 하고, 국내라고 해서 해외보다 안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은 "산재사고의 경우 해외는 줄고 있고 국내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국가간 안전 인식과 문화 차이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답했다.

이날 건설 3사 대표들은 사고에 따른 건설업계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무현 사장은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현재 대부분 주택현장에 시스템 비계(일체형 작업발판)를 적용하고 있다"며 "현장의 안전을 희생시키면 모든 경영성과가 제로가 된다"며 "중대재해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건설사들 역시 안전에 대한 스탠스가 바뀌고 있어 개선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성희 사장은 "포스코건설은 지난 2018년 중대재해에 대비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안전 조직 확대, 안전 투자, 각종 경영 시스템 개선, 스마트 세이프티 도입 등 네가지 제도를 도입했다"며 "무재해가 최고의 선이겠지만 계속해 중대재해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성희 사장은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시스템 비계라든지 재진의 강도를 55% 높였다. 하청 관련사들을 위해서는 지난해 최저가 낙찰제가 아닌 적정제 낙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협력사 대출, 상생펀드 등을 대폭 확대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원우 부사장은 "법에서 정해진 안전관리비는 있는 상태다. 하청업체에서 안전관리비가 부족하다고 하면 더 지출할 수 있다"면서 "현재 안전관리자 가운데 68%가 비정규직인 것은 전문직이라는 문제 등과도 결부된다. 전직원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청문회에 참석한 증인은 위에 언급된 △최정우 회장 △한영석 사장 △한성희 사장 △우무현 사장 △이원우 부사장 등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조셉네이든 쿠팡풀필먼트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등 총 9명이다. CJ대한통운에서는 본래 박근희 부회장이 참석해야 했으나 환노위는 경영권 이양 이유를 수용, 신영수 택배부문장이 대신 참석하는 것을 허용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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