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앞서 2년6개월의 징역형과 1억 원의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더팩트 DB

전문경영인들 이탈까지 이어져…신명호 회장 직무대행 1인 체제 유지 중

[더팩트｜윤정원 기자] 횡령, 탈세 등의 혐의로 이중근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가운데 부영그룹이 하자‧부실시공 법정소송 패소 및 나주시 골프장 특혜 의혹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오너 부재 속에 전문경영인들 이탈까지 이어지고 있어 경영 공백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 나주 빛가람동 광주전남혁신 부영1단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5일 손해배상 등 사건 법정소송에서 부영주택에 61억 원 승소했다. 앞서 입대회의는 부영1단지 하자 등 부실시공 관련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영주택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청구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19년 10월 피고 부영주택 등이 원고인 입대회의에 약 51억 원을 배상해주라고 판결났으나 부영주택 등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 하지만 항소심서 패소하게 됐다.

부영주택은 학교법인 한전공과대학교에 무상기부하고 남은 나주혁신도시 내 부영CC 잔여 부지에 아파트 5328세대 신축을 추진하면서 '꼼수기부'와 함께 특혜시비 논란에도 휘말린 상태다. 나주시는 환경청과 협의를 완료하지 않은 가운데 환경영향평가 요약보고서만으로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의 전자공청회 행정절차를 추진하는 등 부영에 대한 특혜 행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부영주택은 지난해 6월 한전공대에 부영CC 부지 75만3586㎡ 중 40만㎡를 캠퍼스 부지로 무상기부(감정가 806억 원)하고 기부증서 전달식을 가졌다. 그러나 부영주택은 기부하고 남은 35만여㎡ 골프장에 대해 한전공대 기부 전 시점인 지난 2019년 10월부터 나주시에 아파트 신축을 위해 용도지역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위한 도시계획결정 변경신청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광주전남시민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들은 "나주시가 부영골프장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초안)에 대한 전자공청회를 강행하고 있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영골프장 용도지역변경 반대 시민운동본부는 "나주시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환경청에 제출도 못할 정도의 부실 투성이 보고서로 급박하게 공청회 날짜부터 잡고 공고하다가 무산되는 식으로 용도지역 변경 절차를 급히 서두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공청회와 관련해 부영 관계자는 "공청회 일정에 관해서는 나주시청 측에 문의해보셔야 할 듯하다"라고 답변했다. 나주시 도시과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당초 2월 3일에 개최하려던 공청회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선제적 예방 조치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여건을 봐서 3월 중에는 공청회를 열 계획이지만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가 부영그룹의 회장 직무대행으로 있다. /더팩트 DB

아울러 부영은 나주 혁신도시 6단지(7블럭)에 대한 시공 허가를 받았지만 건축허가 기한 5년을 넘기고도 나주시와 전남도의 허가기간 연장으로 착공을 미뤄오고 있어 혁신도시 입주민들과 사회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허가를 받은 이후 착공에 들어가야 하는 의무 기간은 지났지만 부영 측의 설계변경 등 요구로 부득이 착공을 연기해줬다"며 "오는 3월 31일까지 착공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부영 관계자는 "예전에는 짓지 말라더니 이제는 착공이 늦어진다고 불만을 보인다"며 "3월 중에는 공사에 돌입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최근 부영은 실적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부영의 2019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3.7% 감소한 1조356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296억 원에서 830억 원의 영업손실로 돌아섰다. 부영주택의 실적도 악화됐다. 같은 기간 부영주택의 매출은 1조4701억 원에서 9500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54억 원에서 -1086억 원 손실로 바뀌었다.

한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대법원으로부터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억 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지난해 9월 결국 이 회장은 지주사인 부영, 계열사인 부영주택·동광주택·광영토건·오투리조트·인천일보·부영파이낸스대부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부영그룹은 2018년 2월 이 회장의 구속 직후 같은 해 5월 회장 직무대행 체제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신명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경영 총괄), 이세중 환경재단 명예이사장(법규 총괄), 이용구 전 대림산업 회장(기술·해외부문 총괄)을 회장 직무대행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2019년 이용구 직무대행이 사직하면서 부영그룹은 2인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세중 부영그룹 회장 직무대행까지 지난해 9월 부영, 부영주택, 동광주택, 동광주택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회장 직무대행에서 물러났다. 현재 부영그룹은 신명호 회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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