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진에어 2000억 원 안팎 적자…업계 생존 한계 직면[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가 줄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선 여객이 회복될 때까지는 올해도 실적 개선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는 탓에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중이다.
각사의 매출이 70% 이상씩 깎인 상황에서 더이상 자본금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지자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외에도 항공업계 재편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제주항공, 영업적자 10배 늘어…비행기 띄울수록 적자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770억 원, 영업적자 3358억 원, 당기순손실 3138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72.8% 감소했고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각각 921.0%, 847.8% 확대됐다. 영업적자 폭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국제선 운항이 대거 중단된 점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해 1월에는 국제선 82개, 국내선 6개 노선을 취항했지만 현재는 국제선 5개, 국내선 9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업계 2위 진에어도 매출이 전년 대비 70.1% 감소한 2718억 원, 영업적자 규모는 1847억 원으로 278.3% 확대됐다. 에어부산 역시 매출은 70.1% 감소한 1894억 원, 영업적자는 1894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규모가 매출을 넘어섰다.
비상장사인 에어서울은 면허 취소 위기에 몰렸다. 2018년부터 50%를 넘었던 에어서울의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가 불어나면서 300%대까지 치솟았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거나,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이어지면 면허취소나 사업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적자규모는 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19일 실적발표를 앞둔 티웨이항공 역시 영업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약 130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신생 LCC 업체인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도 수천억 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운영 자금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화물 덕' 본 FSC와 대조…업계 "희비 더욱 벌어질 것"
LCC업계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매출의 90% 이상을 여객 수송에 집중한 탓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이 줄어든 여객 수요를 항공 화물 운송으로 적자를 상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실적으로 매출 7조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을 기록, 나홀로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화물의 활약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해 여객 매출은 2조52억 원으로 전년도(7조7675억 원) 대비 74% 감소했지만 화물 매출은 4조2507억 원으로 전년도(2조5575억 원) 대비 66% 증가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매출 3조5599억 원, 영업손실이 703억 원, 당기순손실 264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39.9% 줄었고 영업손실 역시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화물 수요 증가로 올해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LCC와 상황은 또 다르다.
업계에서는 LCC들도 화물사업 대응력 확대 등에 나서겠지만 실적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객과 달리 화물은 더 높은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이어서 단기간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여객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화물 사업의 경쟁력 여부에 따라 항공사들의 희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형항공사들에 비해 LCC들의 실적 전망이 더욱 어두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 이대론 못 버틴다…통폐합 속도내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LCC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에는 업계 안팎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LCC들은 제주·부산을 오가는 국내선과 극히 제한적인 단거리 국제선을 나눠 점유하며 버티고 있지만, 적자 누적으로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최근 업계에선 모기업 지원을 바라기 힘든 티웨이항공의 매각설까지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특히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 속에서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3사도 항공운수업 진출 초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비용 부담으로 운항하지 않으면 운항면허 취소를 피할 수 없고, 신규 투자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통합 LCC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작업이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메가 LCC 탄생은 보수적으로 봐도 3년 뒤다. 이 기간 동안 LCC 3사는 독자경영하며 생존해야 한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1000억 원 안팎의 현금을 각각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업황 회복이 더뎌 자금 소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에어서울은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의 자금 대여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빌린 300억 원의 상환 기간을 2022년까지 1년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결국 버티는 업체가 결국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승자가 될 것"이라면서도 "관건은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느냐"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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