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다. 사진은 김범석 쿠팡 의장. /더팩트 DB |
기업가치 최대 55조 원 평가…지난해 실적 자신감, 나스닥→뉴욕증시
[더팩트|이민주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달라질 시장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주식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쿠팡LLC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클래스A 보통주 상장을 위해 S-1 양식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했다.
상장될 보통주 수량 및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뉴욕증권거래소(NYSE) 보통주 종목코드는 'CPNG'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국내에서 증권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을 예정이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권유행위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 쿠팡 '한국 아닌 미국', '나스닥 아닌 뉴욕증시' 택한 이유
업계에서는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을 꼽는다.
국내의 경우 적자 기업에 대한 평가가 보수적인 반면, 미국은 기술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이 개방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신고 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영업손실은 5억2773만 달러(5842억 원)다. 전년(7127억 원) 대비 18.3%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수천억 원대다.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41억1800만 달러(4조5430억 원)이다.
물론 낮은 상장 장벽만을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쿠팡은 애초 시장의 예상과 달리 나스닥이 아닌 뉴욕증권개소를 선택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로 꼽히는 뉴욕 증권거래소는 상장 요건이 나스닥보다 까다롭다. 나스닥은 미래 성장 가치를 주로 평가해 구글, 아마존 등 기업이 상장해있는 반면 뉴욕 증권거래소는 상대적이라는 평가다.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4조 원을 상회한다. 업계는 쿠팡이 미래 가치에 대한 평가에 개방적인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더팩트 DB |
그럼에도 쿠팡이 뉴욕 증권거래소로 눈을 돌린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언택트 수혜'로 매출 규모를 늘린 것과 더불어 최근 시장 진출에 나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와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 다양한 분야로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가는 쿠팡의 미래 비전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이 제출한 신고 서류에 따르면 이들 지난해 매출액은 13조2478억 원으로 전년(6조9445억 원) 대비 90.1%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4%로 전년(-10.3%) 대비 개선됐다.
◆ 美 상장…'10억 달러' 자금 조달 물꼬 트이나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소 30조 원에서 많게는 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4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30조 원 수준으로 산정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5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확보한 자금은 쿠팡이 벌이는 신규 사업에 투자한다. 쿠팡은 신고 서류를 통해 성장을 위해 당분간 대규모 투자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요 투자처는 로켓배송 확대를 위한 풀필먼트(물류시스템) 확충과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쿠팡 페이 등 주요 신사업 확장이 될 전망이다. 신규 인력 고용에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5만 명 신규 고용을 목표로 내세웠다.
쿠팡 내부 경영권에도 변화가 생긴다. 상장에 성공하면 김범석 의장 중심의 경영 체제가 확립될 전망이다.
차등의결권이란 보유한 지분율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다. 미국 증시의 경우 국내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다.
쿠팡 역시 김 의장 보유 주식에 일반 수식의 29배에 해당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다고 신고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이 지닌 클래스A 보통주는 모두 클래스B로 전환될 예정인데, 클래스B 보통주의 경우 클래스A 보통주 29배 의결권을 가진다. 지분 1%를 가져도 29% 수준의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쿠팡은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가지고 풀필먼트 확대, 인재 기용, 신사업 추진에 투자할 예정이다. 사진은 쿠팡 인천4 물류센터 모습. /쿠팡 제공 |
◆ 이르면 내달 데뷔?…상장 실현보다 이후 행보에 '관심'
쿠팡은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증시에 데뷔할 것으로 점쳐진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할 경우 중국의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의 비 미국 기업 상장이 될 전망이다.
쿠팡 상장에 대한 업계 전망의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상장 도전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변환점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 시그널이라는 평가 속에 일각에서는 앞서 IPO 실패 사례를 근거로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공유 오피스 업체 위워크는 지난 2019년 8월 뉴욕증시에 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위워크는 당시 470억 달러(52조 원) 가치 평가를 받았으나 3조 원 수준의 적자와 대표 자질 논란이 문제가 되며 IPO를 연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지난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이고 누적 적자도 수조 원대"라며 "다만 쿠팡의 경우 성장성을 입증할 여지가 많고, 실적이 개선세라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쿠팡의 미국 상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쿠팡이 향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며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10억 달러를 조달해 계속된 영업 손실로 누적된 4조 원의 적자와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고 물류센터와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