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애플카 협력설 부인에 따른 '애플카 쇼크'를 맞이한 가운데 업계는 "나쁘지만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DB |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최승진·장병문·서재근·황원영·이성락·윤정원·문수연·최수진·정소양·이민주·한예주·박경현·이재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JB금융 주주들 '활짝'…'금융지주 중 홀로' 배당 늘린 이유는
[더팩트|정리=이민주 기자]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 덕에 유난히 짧게 느껴진 한 주였습니다. 경제계는 연휴를 앞두고도 다양하고 새로운 소식들을 쏟아냈는데요. 먼저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협력설'을 공식 부인하면서 일명 '애플카 쇼크'를 몰고 왔습니다. 이 때문에 곧바로 관련 주도 급락했는데요. 하지만 하루 만에 다시 반등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IT업계에서는 '10조 주식부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하면서 '한국판 빌 게이츠'라는 별칭을 얻었고요.
-금융권에서는 국내 금융지주 중 JB금융만 유일하게 배당을 늘린 배경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산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10년 간 미국 수출길이 막혔다는 소식이 들려왔고요. 기사로 소개되지 않았던 한 주간 경제계의 뒷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볼까요.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더팩트 DB |
◆ 현대차그룹, '애플카' 협력 제동…업계 "나쁘지만은 않아"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 협업 이슈로 산업계가 들썩인 한 주였습니다.
-그간 각종 '설'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결국 현대차그룹이 입을 열었죠?
-네. 지난 8일 현대차그룹은 공시를 통해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각종 '설'이 난무한 한 달여 동안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애플'이라는 사명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지난 1월 양사 간 협력 가능성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이후 미국 경제매체 CNBC를 비롯해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등 다수 외신에서 각종 전망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시장의 기대치가 한껏 높아지면서 한때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도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죠.
-그러나 이번 현대차그룹의 공시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했는데요.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 주력 계열사 5개사의 시총은 공시 당일 종가 기준으로 하루 새 13조5000억 원이 증발했습니다.
-하지만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공시 하루 만인 9일 주가가 반등세를 보였는데요. 시장에서는 바라보는 상승세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하나는 이번 '애플카' 이슈가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의 시장 경쟁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입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양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으로 애플이 현대차 또는 기아에 제시한 조건이 '기술공유'가 아닌 주문자위탁생산(OEM)기지로서의 역할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하청업체로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죠. 애플의 '아이폰' 위탁 제조사인 대만의 폭스콘처럼요. 실제 애플과 폭스콘은 동등한 파트너가 아닙니다. 쉽게 말해 애플은 갑이고, 폭스콘은 을이죠.
-주요 포털 주식 토론 게시판에서도 "미래차 기술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도 많다. 공동 개발이면 모를까 단순히 하청업체 노릇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부터 수소차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상위 기술력을 갖춘 상황에서 일방적인 조건을 수용하면 오히려 손해" 등 공시 내용에 대한 긍정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폭스콘의 길을 외면한 현대차그룹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역시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있었고요.
-일부 외신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아직 애플의 잠재적 협상 후보군으로 남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것 같은데요.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제공 |
◆ 김범수 의장, 기부 문화 새 역사 쓴다…'한국판 빌게이츠'의 의미
-이번엔 IT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자수성가한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죠.
-김 의장은 최근 카카오 공동체(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이 같은 기부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본인의 재산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김 의장은 "지난해 3월에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한 이후 고민이 많았다"며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기부 방식과 그 시점은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기부 규모는 어떻게 될까요.
-업계에 따르면 약 5조 원 상당입니다. 현재 김 의장이 가진 주식을 토대로 추산한 건데요. 김 의장이 표면상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 주와 케이큐브홀딩스(카카오 지주사 성격의 회사) 관련 주식 994만 주 등을 합하면 약 10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김 의장의 발표가 관심을 받는 이유로 보입니다.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모두가 놀랐습니다. 재계에서 조(兆) 단위 기부를 공언한 것은 김 의장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삼성전자의 연간 기부금에 17배에 달하는 수준이기도 합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1000억 원 이상(2019년 기준)을 기부한 기업으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김 의장의 결단은 더욱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공익 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것과 같은 모습이군요. 마치 '한국판 빌 게이츠' 같습니다. 김 의장의 기부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흙수저 출신인 김 의장의 결단은 부의 대물림으로 '금수저' 등의 슬픈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사회에서 이번 발표는 희망을 주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간 대기업이 의례적으로 강조했던 '상생경영'이라는 구호를 행동으로 옮긴 사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재계에서도 김 의장의 발표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의장 이후에도 '나눔'의 의미를 일깨워줄 기업인이 꾸준히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JB금융지주는 지난 8일 이사회에서 지난해 주당배당금을 374원으로 결정했다. 배당성향은 20%이다. /JB금융 제공 |
◆ 다른 금융지주는 배당 축소하는데…유일하게 늘린 JB금융, 왜?
-이번에는 금융권 소식을 들어볼까요. 국내 금융지주 중 JB금융만이 유일하게 배당을 늘렸다면서요.
-네. 지난 8일 J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주당배당금을 374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2019년 주당배당금 300원보다 24.6% 증가한 수준입니다. 배당 성향은 20%로 상향됐습니다.
-최근 금융권은 배당 성향을 낮추는 추세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배당 성향 20%에 맞추라고 권고했고, 대부분 금융지주는 실적 발표 시 평소보다 배당 성향을 낮춰서 발표했습니다. KB금융의 주당배당금은 1770원으로, 전년에 비해 440원 줄어들었습니다. 배당 성향은 20%입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주당배당금도 1850원(중간배당금 500원 포함)으로 배당 성향을 20%로 결정했습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을 두고 고심 중인 상황입니다.
-다른 지방금융사들도 배당 성향을 낮췄나요?
-네, BNK금융과 DGB금융도 지난 2019년 배당 성향이 각각 20.86%와 21.18%였지만 이번에는 17.5%, 19.9%로 낮췄습니다. BNK금융은 아직 결정 전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금융지주사 중 JB금융만이 유일하게 배당을 늘린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JB금융이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에도 주주환원을 늘릴 수 있었던 건 금융지주 중에서 유일하게 배당 성향이 20%를 하회해 올릴 여지가 있었던 덕분입니다. JB금융지주 배당 성향은 지난 2018년 14.5%, 209년 17.1%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JB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를 상회한 10%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느라 배당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2020년 말 기준 CET1을 10.05%까지 끌어올렸는데요. 올해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면 중장기 CET1비율 목표 수준인 11% 상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역시 "은행 중심의 금융주는 배당주 성격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배당 성향을 지속해서 올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군요. 금융당국 권고로 배당 성향이 낮아져 울상인 금융지주 주주들 사이에서 JB금융 주주들은 그나마 미소를 띨 수 있겠네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더팩트DB |
◆ LG엔솔 배터리 분쟁 승소…SK이노, 10년간 미국에 배터리 수출 불가
-산업계 소식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SK이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로써 SK이노는 앞으로 10년 동안 배터리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싼 LG엔솔과 SK이노의 소송에서 LG엔솔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ITC는 이날 판결과 함께 SK이노에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판매된 전기차나 SK이노가 공급계약을 맺고 있던 업체와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다행히 현재 공급 중인 배터리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받았습니다.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이 설정됐습니다. 또 이미 판매 중인 배터리의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됐습니다.
-승소한 LG엔솔의 입장은 어떻게 됩니까?
-LG엔솔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약 30년간 수십조 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체의 기술력이 보호받고 인정받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 전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 소송전에 단호하게 임한다는 방침입니다.
-SK이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SK이노도 같은 날 "이번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이어서 아쉽다"며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노력하겠다. 수천 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SK이노베이션이 'Presidential Review',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법률안 거부권이 어떤 형태로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까?
-ITC 판결의 효력은 60일 이후부터 이뤄집니다.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조치가 이때부터 이뤄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만약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수입금지 조치가 해제될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판결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 거부권 등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SK이노가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점 등 미국 지역경제에 SK이노가 보태는 몫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거부권 행사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거부권은 수입금지 조치를 막아줄 수는 있지만 판결난 영업비밀 침해 사실관계에는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양 사의 합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습니까?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인 60일 안에 합의에 성공한다면 수입금지 조치도 해제될 수 있습니다. 판결 전까지는 양 사가 원하는 합의금 액수의 간극이 2조 원에 달해 사실상 힘든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판결이 나온 지금이라면 이 간극이 다소 메꿔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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