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출시 이후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린 수산물HMR '비비고 생선구이'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허예지 CJ제일제당 마케터는 '수산HMR의 세계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CJ제일제당 제공 |
허예지 CJ제일제당 마케터 "수산 HMR이라는 새로운 장르 개척할 것"
[더팩트|문수연 기자] "처음 시제품을 먹고 생각했죠. 이건 무조건 된다!"
'비비고 생선구이'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허예지 CJ제일제당 수산HMR팀 마케터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생선은 비린내가 난다'는 인식을 깨고 출시 10달 만에 1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수산물HMR 시장에 파급력을 일으킨 '비비고 생선구이'를 탄생시킨 주역인 허 마케터를 만나 제품 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비고 생선구이'는 CJ제일제당이 지난 2019년 8월 출시한 수산물HMR 제품으로 전자레인지에 1분만 돌려 간편하게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는 비비고 브랜드의 대표 가정간편식(HMR) 제품이다.
그동안 생선구이는 주방 요리의 전유물처럼 여겨졌 왔다. 그러나 CJ제일제당 수산HMR팀은 2017년 한국인의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 1위라는 통계에 주목했다. 당시에는 수산물에 대한 수요는 크지만, 비린내 제어, 식감 보존 등의 기술적인 한계 탓에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제품이 없었다.
허 마케터는 "수산물 메뉴의 경우 대개 육류 베이스의 메뉴보다 조리 시 발생하는 비린내, 연기로 인해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함이 더 커 비린내를 잡은 맛있고 간편한 수산물 제품을 만들면 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2018년부터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수산물HMR 시장 진입을 위한 TF를 진행했고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중 하나인 생선구이를 주력 카테고리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생선구이'의 개발 과정에서 비린내를 잡기 위해 TMA 저감화, 복합조미소재 사용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제공 |
◆ 한 번 구운 생선을 데워먹으면 비린내가 난다?…"신선한 원료로 해결"
허 마케터는 개발 초안을 구상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생선구이를 가공식품으로 만든다고 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갓 구운 듯한 품질과 더불어 무엇보다 이미 한 번 구운 생선을 데워 먹을 때 발생하는 비린내를 없애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전해보기도 전에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으로 CJ제일제당의 모든 유관부서가 협업해 제품 개발에 나섰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허 마케터는 "몇 번의 테스트 끝에 연구소에서 만든 비비고 생선구이 시제품을 처음 먹고 나서 이 제품은 무조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선구이의 비린내를 잡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은 '신선한 원료'에 집중했다. 어획 후 냉동한 원료를 가공하는 시간, 온도를 모두 고려해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품질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가공 과정에서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했음에도 어종별 특성에 따라 비린내가 일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허 마케터는 "고등어는 사과추출물을 적용하여 비린내의 원인인 TMA를 저감화했고, 삼치와 가자미는 복합조미소재와 밀가루를 사용해 비린내를 잡고 풍미를 강화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생선에는 잘 알려진 것처럼 다량의 불포화 지방이 함유돼 있는데, 이런 지방이 산화돼 이취를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저산소 조건에서 구워 지방 산화를 최소화해 산패취를 제어했다"며 "포장 시에도 산소를 제거해 유통기한 내 갓 구운 듯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촉촉한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은 300도 이상의 과열증기 오븐을 사용했다. 허 마케터는 "생선 내부까지 온도가 고온 단시간에 가열돼 조리 시간 동안 수분손실을 최소화해 이를 통해 구이 풍미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비비고 생선구이'는 출시 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매달 30% 이상 매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6월에는 출시 10개월 만에 1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문수연 기자 |
◆ "코로나19로 시식도 불가능…온라인 마케팅 통했다"
자신감 속에 제품을 출시했지만, 초기 소비자 반응은 시큰둥했다. '생선구이는 조리하고 바로 먹지 않으면 비린내가 심해진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
허 마케터는 "출시 직후 부푼 마음으로 대형마트에 반응을 살피러 갔는데,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쳐가는 걸 봤다. 처음 보는 제품이고 또 잘못하면 비린내가 심한 수산물 가공식품이다 보니 선뜻 손이 가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직접 맛을 보고 경험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형마트 시식 행사도 불가능해지면서 제품을 알리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허 마케터는 제품을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온라인몰에서 생선구이의 재구매율이 70%(CJ더마켓 기준)에 육박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허 마케터는 "한 번 먹어본 소비자는 비비고 생선구이의 맛과 간편함에 반해 계속해서 재구매를 하고 있었고, 좋은 리뷰를 본 뒤 첫 구매를 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었다"며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온라인 시장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각종 행사 확대 등 온라인 마케팅 강화 전략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온라인 중심으로 매달 30% 이상 매출이 상승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출시 10개월 만에 1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허예지 마케터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어종을 중심으로 수산HMR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제공 |
◆ 비비고 생선구이, 해외도 노린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어종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국내 소비자 대상으로 수산HMR 제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수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현재 한인슈퍼 위주로 판매 중인 비비고 생선구이는 온라인상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허 마케터는 최종 목표는 다양한 비비고 생선구이 라인업을 갖춰 소비자로 하여금 매일 다른 생선구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허 마케터는 "비비고 생선구이를 출시한 후 매일 온라인 리뷰를 체크하고 있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남긴 '세상 참 좋아졌다'는 리뷰가 기억에 남는다"라며 "소비자의 삶에 편리함이라는 가치를 더하고 수산HMR이라는 새로운 식문화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