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삼성을 둘러싼 위기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
이재용 부회장, 올 설엔 현장 경영 불가능…별도 메시지 나올지 관심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이 이번 설 연휴를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 상태로 맞고 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또 한 번 '총수 부재' 상황에 놓인 데다 사업적 위기론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며 삼성을 둘러싼 경고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림 없는 경영 당부'라는 이재용 부회장의 메시지를 받아든 삼성 경영진이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나가며 위기관리에 주력하고 있지만,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 고민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 삼성 '총수 부재' 위기감 설 연휴에도 여전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오는 14일까지 이어지는 설 연휴를 구치소에서 보내고 있다. 지난달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구속된 상태다. 이 때문에 올 설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명절 현장 경영'은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매년 명절 때마다 연휴를 활용해 중국, 사우디, 브라질, 인도, 미국 등으로 출장을 떠나 사업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만나 사업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당부 메시지를 전해왔다.
재계는 설날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옥중 메시지에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메시지 전달 여부에 집중되는 건 삼성 내부에서 감지되는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 삼성 내부에서 리더십 부재에 따른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어 이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직접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메시지는 지난달 26일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흔들림 없는 경영을 당부했다.
현재 삼성 경영진은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위기를 주도적으로 관리해왔고,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6G 통신, 파운드리 분야 등 미래 먹거리 분야 역시 직접 챙겨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총수 부재로 인한 사업적 리스크를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 판단 등 이재용 부회장이 꼭 필요한 시점에 총수 부재 상황을 맞게 됐다"며 "삼성의 불편한 마음은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설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명절 현장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 브라질을 방문, 현지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
◆ TSMC 공격적 행보에 속 타는 삼성전자
삼성 내부에서만 총수 부재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공헌한 삼성전자의 선제적인 투자가 시급하다고 진단하는 동시에 총수 부재로 인해 투자 계획을 제대로 잡지 못할 가능성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는 미국 반도체 공장 증설 건이지만,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 연구개발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TSMC는 일본 외에도 인텔,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있는 미국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공헌했다. 업계 1위 TSMC가 일본,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나가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로선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리더십 공백이 생긴 삼성전자와 관련한 특집 기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는 반도체 소재 독립이 삼성에 득이 될지 전망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라이벌인 TSMC가 소재 공급 업체들과 손잡고 삼성을 능가하는 성장세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과의 경쟁은 전쟁이 될 것"이라는 모리스 창 전 TSMC 회장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면서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삼성보다 TSMC를 택할 것"이라는 일본계 공급 업체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삼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먼저 재판과 관련해 뇌물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 측이고, 만일 삼성이 거절했다면 불이익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한국 재벌 총수들은 뇌물 요구를 거부해도 보복, 수용해도 다음 정권에서 기소되는 상황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재벌에 대한 한국 사회의 눈이 엄격해져 이재용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이어졌으며,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삼성이 주력 사업에서 중국으로의 불법 기술 유출과 거센 추격에 쫓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총수 구속으로 기로에 선 삼성, 그러나 지금 중국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 수감 이후에도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삼성 서초사옥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과 삼성 최고경영진들이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제공 |
◆ 위기 속 고용 창출·사회적 책임·준법은 계속
삼성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고용 창출과 사회적 기여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첫 옥중 메시지를 통해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이기도 하다. 이재용 부회장은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도 충실해야 하며,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올해도 대규모 정기 공채를 고수하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이라는 사회공헌 비전 아래 추진 중인 지원 사업도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1조 원이 넘는 협력회사 물품 대금을 조기에 지급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며 농어민과 중소기업 돕기에도 나섰다.
삼성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구속 수감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준법감시위 역시 앞으로도 준법경영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달 26일 삼성 7개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소통의 시간을 가진 준법감시위는 설 연휴가 끝난 오는 16일 회의를 이어나가며 삼성의 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지속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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