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잇달아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 카드를 들고 나오자 서울 강남 단지들을 필두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윤정원 기자 |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4월 보궐선거 핵심 공약 자리매김
[더팩트|윤정원 기자]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핵심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시장 후보자들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재건축‧재개발 예정 단지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부동산 민심 가를 듯
앞서 여권에서 가장 먼저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재건축과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개발이익환수 및 소형 주택(임대 주택) 확보를 전제로 로또 분양 없는 재건축 추진을 좀 더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며 "특히 오래되고 낙후된 강북지역의 아파트 재건축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소재 한 노후 아파트를 방문, "정부에서 비합리적인 재건축 규제 때문에 많은 시민분들이 불편함은 물론이고 안전 문제까지도 고통받고 있다"면서 "앞으로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제대로 협의 체계를 구성해 재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층고제한을 완화하고 용도지역 변경을 적극 검토하는 등 규제 완화를 시작해서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원스톱 심의서비스'를 도입해 심의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부동산 문제 해법의 핵심으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내세우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이달 20일 "대규모 택지가 없는 서울에 신규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뿐"이라며 "특정인에게 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명분으로 이익을 너무 많이 환수하려 하면 진척이 안 되고 평행선을 그릴 뿐"이라고 말했다.
◆ 압구정 현대아파트 조합 설립 임박…2월 말 총회 개최 예정
부동산 민심 확보를 위해 서울시장 후보자들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들고나오자 강남권 단지를 필두로 환호성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관련 공약을 반기는 대표 단지 중 하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지어진 1·2차부터 1987년 지어진 14차까지로, 단지는 총 83개 동, 6335가구 규모다. 어느덧 준공한 지 45년에 이르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주민들간 재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진즉부터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조합이 설립되지 않아 단지 입주민들의 불만은 적잖았다.
그러던 중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추진에 대한 동력이 더 크게 이는 분위기다. 현재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오는 2월 28일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3월 초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아파트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압구정 현대아파트 조합설립 인가신청 예정에 있다. 조합 설립 동의율은 80%를 넘은 상태"라며 "총회를 2월 중순에서 말 정도로 잡고 있다. 다만 향후 일정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대개 대형 평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유명인사들이 살기로도 유명하다. 연예인 강호동, 김희애, 차태현, 김용만, 이순재, 유재석 씨 등도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주민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유재석 씨도 최근 조합 설립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안다. 다만, 대외적으로 회자되는 것은 불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유재석 씨는 현대아파트 1차 전용면적 196.21㎡에 전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동에 자신의 명의로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유 씨의 부모님이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유 씨가 부모님 거주지에 대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게 단지 주민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유 씨가 소속한 FNC엔터테인먼트 측은 "개인적인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라고 답변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압구정 현대아파트 1차 전용면적 196.21㎡(7층)은 52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윤정원 기자 |
◆ 민간 재건축 희소성 부각…"신고가 경신 잇달아"
재건축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 1차 전용면적 196.21㎡(7층)은 52억7000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해 8월 11일 같은 전용면적(11층)이 48억5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견주면 4개월 새 4억2000만 원 뛰었다. 해당 전용면적(11층)은 4월 2일에는 44억7850만 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 J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대형 평형이 많고 원주민 거주 비율이 높아 재건축이 더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로 재건축 추진 이슈가 불거지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대 T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현재 나온 매물을 보면 현대아파트 1차에서 43평형짜리는 4층이 37억 원, 1층이 34억 원이다. 54평형은 1층이 42억 원이고, 65평형의 경우 4층이 60억 원, 1층 매물이 52억 원"이라며 "3월 15일 전후 잔금계약이 이뤄지는 걸로 안다. 조합 설립 이후에는 매물이 나올 확률이 희박해 최근 매매 문의가 잦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 인기에 따른 가격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는 큰 이벤트가 있는 데다 현재 기대하는 주택공급이 대부분 공공 주도이기 때문에 민간중심 재건축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면서 "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는 있지만 원베일리 분양가상한제 사례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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