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이자와 원금을 함께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출 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
대출 수요자들, 시중은행에 잇달아 문의
[더팩트|윤정원 기자] '고액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를 두고 수요자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상환액 증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19일 고액 신용대출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중은행에는 기존 대출에도 소급 적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고객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는 연 3% 금리에 1년 만기로 1억 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한 달에 25만 원씩 이자를 내고 1년 뒤 원금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원금까지 포함해 매달 약 858만 원을 갚아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차주(빌리는 사람) 상황을 고려해 원금 일부에 대해 단계적으로 분할상환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액 대출의 기준도 대출자들의 큰 관심사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1억 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지난해 11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에게 확대 적용할 때도 '대출금 1억 원 이상, 소득 8000만 원 초과'가 기준으로 삼아진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현재 차주별로 대출 금액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핀셋 규제 방식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정 금액을 선으로 제시하기보다 연봉 등 개인별 상황에 맞는 기준을 정하는 것에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연봉을 초과하는 금액에 분할상환을 적용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다만 금융위는 규제 시행 이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는 새 제도를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신용대출을 갱신하면 원금을 매달 분할상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만기에 따른 재계약은 해당하지 않는다.
마이너스통장에도 분할상환 의무화를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마이너스통장은 설정해둔 한도 중에서도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구조여서 원금 분할상환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체 신용대출 규모에서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30~35% 정도를 차지한다.
금융당국은 세부 사안을 확정해 오는 3월 가계부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국 측은 "1분기 규제 내용이 발표되더라도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당장 4월부터 적용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행시기는 방안별로 차별화해 단계적·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arde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