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초장기 모기지 도입…"70세까지 일해서 갚아라?" 서민들 '울상'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1.01.20 10:59 / 수정: 2021.01.20 10:59
금융위원회는 최장 40년짜리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금융위원회는 최장 40년짜리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올해 하반기 주택금융공사 통한 시범 사업 계획[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이 최장 40년짜리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생애주기상 노동소득(근로소득)을 통해 대출금 상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가 주를 이루는 국내에서 40년 동안 한곳에서 지내는 게 가능하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8일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계획' 온라인 브리핑에서 "외국에서 하듯이 30~40년짜리 모기지를 도입해서 다운페이먼트(착수금)를 조금만 내고 매달 월세 내듯이 내다가 30년이 지나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올해 하반기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검토를 진행한다. 집값 급등에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월 상환 부담을 줄이는 초장기 모기지를 도입해 주거 안정의 기반을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다.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구상이다. 금융위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시범적으로 대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추계한 '정책모기지 상환액과 민간임대주택 임대료 비교' 자료에 따르면 4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면 월 상환액은 70만2000원으로, 민간임대주택 임대료(월평균 71만 원, 보증금 4600만 원)와 거의 비슷해진다. 3억 원짜리 주택을 2억1000만 원 대출(주택담보대출비율 70% 적용) 받아 산다고 가정해 계산한 결과다. 30년 만기라면 월 상환액이 83만5000원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올해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24%→20%)에 맞춰서 햇살론17 금리 인하와 20% 초과 대출 대환 상품의 한시적 공급도 검토한다.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서민의 고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서민 금융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1년 금융위원회 업무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40년 만기의 초장기 모기지 도입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모기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계속 나왔던 이야기"라며 "장기 모기지를 도입하겠다는 금융위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40년짜리 모기지는 아주 젊은 경우에 한한다. 일반적으로 40년 동안 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0년짜리 모기지를 하려면 노동시장에 늦어도 25살에 들어가야 한다.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군대 다녀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대부분 29~30살이 되어야 취업이 가능하다"면서 "30세에 빌려서 40년 동안 다 갚으려면 70살까지 일해야 하는데, 그렇게 일한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말했다.

단독 주택이나 타운하우스가 많은 나라에서는 초장기 내 집 마련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집값을 주도하는 것이 거의 아파트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40년간 같은 아파트에서 살다 늙어서야 소유권을 인정받는 방식이 과연 통할까 하는 의문이다.

대출을 장려할 게 아니라 집값을 내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비판도 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근본적 의지가 없다"며 "암만 백세시대라지만 40년 동안 한 집에서 이사도 못 가고 그 집에서 살라는 것은 지나치다. 자식에게 물려줘도 상속세 폭탄일 텐데, 결국 집값은 안 낮춰지고 세금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들도 금융위의 금번 대책을 두고 하소연 일색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및 관련 기사 댓글에는 "아예 1000년 짜리를 만들어 집 한 채에 자손 대대로 빚쟁이를 만들어라", "주변에서 40년 된 아파트를 좀 둘러보고 얘기해라. 30년만 되도 살기 싫은 낡은 건물인데, 누굴 놀리는건가", "집값을 원상 복구하면 될 일을 이걸 대책이라고 내놓나. 집값을 더 올리려고 작정했나보다" 등 비판이 봇물을 이룬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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