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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객실 대신 음식이라도…" 프리미엄 간편식 전쟁 벌이는 호텔업계
입력: 2021.01.18 06:00 / 수정: 2021.01.18 06:00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국내 특급호텔들이 앞다퉈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롯데호텔의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왼쪽)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간편가정식 신메뉴인 이베리코 목살 김치볶음밥 모습. /롯데호텔,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입은 국내 특급호텔들이 앞다퉈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롯데호텔의 딸기 애프터눈 티 세트(왼쪽)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간편가정식 신메뉴인 이베리코 목살 김치볶음밥 모습. /롯데호텔,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드라이브 스루부터 HMR 판매까지…업계 "이마저도 기업형 호텔만 가능"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타격을 입은 국내 호텔가가 이색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고속 성장하자 특급호텔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것. 일류 셰프가 만든 음식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상품화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호텔들의 식음(F&B) 매출이 떨어진 만큼 HMR 시장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마저도 기업형 호텔들만 도전할 수 있어 업계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호텔업계는 드라이브 스루와 HMR을 강화하며 위기 탈출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오는 5월 5일까지 딸기 뷔페와 애프터눈 티 세트를 테이크 아웃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언택트'가 부각되면서 호텔가도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딸기 뷔페까지 이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도입한 롯데호텔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일식당 모모야마 '벤또 박스'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의 도시락 '시그니처 박스', 연말 홈파티용 '홀리데이 갈라 앳 홈' 등이 대표적이다. 3만 원에서 11만 원의 비교적 비싼 가격임에도 시그니처 박스와 벤또 박스는 2000개 이상 팔렸다. 연말 홈파티가 뜨거웠던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드라이브 스루 도시락 판매는 전월 대비 4배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홀리데이 갈라 앳 홈'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간편가정식 신메뉴 3종을 SSG닷컴 전용상품으로 출시했다. 프리미엄 간편가정식에 대한 고객 니즈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RMR(레스토랑 간편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앞서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8월 개발한 밀키트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조선호텔 삼선짬뽕'은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 개를 기록하면서 판매처를 쓱닷컴 새벽배송에서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으로 확대했다. 판매처를 확대한 이후 누적판매량은 22만 개를 돌파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삼선짬뽕(왼쪽)과 유니짜장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100여일 만에 10만 개가 판매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삼선짬뽕(왼쪽)과 유니짜장은 지난해 8월 출시된 이후 100여일 만에 10만 개가 판매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호텔업계의 프리미엄 HMR 시장 확대는 워커힐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가 선도했다. 워커힐이 선보인 대표적 메뉴는 '명월관 갈비탕'과 '온달 육개장'이다. 명월관 갈비탕은 2018년 9월 워커힐 조리팀 연구개발(R&D)센터에서 가정간편식 형태로 개발해 워커힐 호텔 내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2019년 1월 말에는 신선식품 배달 플랫폼인 마켓컬리에도 입점했다.

월 1만 팩이 팔린 명월관 갈비탕은 코로나19 2차 유행 이후인 지난해 9월∼11월 판매량이 2배 가까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에서 첫선을 보인 온달 육개장 역시 명월관 갈비탕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글래드호텔도 프리미엄 HMR로 재미를 봤다. 2019년 호텔 내 인기 메뉴를 '글래드 셰프's 에디션'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어 마켓컬리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쓱닷컴, NS홈쇼핑, CJ오쇼핑 등으로 유통망을 다양화했다. 이 브랜드는 출시 1년 만에 매출 규모가 3배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HMR 시장이 크게 성장한 이유로 수요 증가를 꼽았다. 매일 먹는 집밥보다는 색다르고 고급진 것에 대한 수요가 커져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HMR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자체도 세분화 됐다"며 "일반 제품과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나눠져 수요 자체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호텔에서 만든 가정간편식이나 밀키트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코로나19 확산과 빠른 배송 서비스의 영향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호텔은 최고급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그 이름 자체가 프리미엄 브랜드다. 호텔에서 만든 HMR 제품을 찾는 고객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시대 프리미엄 HMR은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제품이지만, 일각에선 특급호텔이 아닌 경우는 밀키트나 가정간편식으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하기조차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밀키트나 가정간편식은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기업형 호텔이 아니고서는 내놓기가 어렵다"면서 "호텔업계의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코로나19 사태로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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