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재건축 사업 성적이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은마아파트. /이동률 기자 |
15일 사전컨설팅 결과 통보 예정
[더팩트|이재빈 기자] 정부가 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웠던 공공재건축 사업이 목표치의 10%도 공급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며, 사업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으면 공급 목표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 1000가구 이상 알짜단지는 전부 '철회'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5일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던 아파트 단지에 컨설팅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접수를 받은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는 당초 15개 단지가 참여했지만 주민 반대와 부족한 인센티브로 인해 11개 단지가 컨설팅을 철회한 상황이다.
특히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동대문구 '청량리미주'(1089가구)의 이탈이 뼈아프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에서 공공재건축 사업을 발표하며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이들 대형 단지의 참여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사전컨설팅을 신청했던 단지 중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는 이들 세 단지가 전부다.
사전컨설팅 신청이 저조한 상황에서 신청 철회 등 이탈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공급 목표를 10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15일 사전컨설팅 결과를 받을 예정인 단지는 △관악구 신림건영1차(492가구) △구로구 산업인아파트(342가구) △광진구 중곡아파트(270가구) △서초구 신반포19차(242가구) △영등포구 신미아파트(130가구) △중랑구 묵동장미(100가구) 등이다.
이들 단지의 가구수는 약 1576가구다. 기존 가구수가 2000가구도 되지 않는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가 제공되도 실제 공급 물량은 수천 가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공급 물량이 5만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목표치의 10%도 공급하지 못하는 셈이다.
사전컨설팅 결과를 받은 단지가 공공재건축사업을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인센티브 부족으로 인해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공공재건축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공공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 대부분은 사전컨설팅 결과가 매력적이지 않을 경우 공공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공재건축은 실패한 정책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한다. /더팩트 DB |
◆ 재초환·기부채납 내면 인센티브 없는 수준…"기부채납 비율 조정해야"
공공재건축 사업이 흥행에 실패한 배경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센티브가 있다. 정부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는 사업지에 용적률 500%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 고도제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공공분양이나 임대주택으로 기부채납해야 한다. 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민간재건축과 똑같이 적용받기 때문에 용적률이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될지라도 입주 후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 재건축단지 입장에서는 공공재건축 사업에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 셈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재건축 단지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한다지만 재초환과 기부채납 등으로 인해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라며 "재개발은 재초환이 없어 재건축과 수익률 산정 방식에 차이가 큰 만큼 공공재건축의 기부채납 비율을 조정해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이어 "정부가 전담부서까지 설치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한 공공재건축의 공급효과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공급부족 프레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주도의 주택공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분야의 주택 공급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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