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말 기준 메리츠자산운용의 공모펀드 가입 계좌수는 총 12만 2472좌다. 이는 2019년말 대비 10만 5409좌가 증가한 수치다. 사진은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메리츠자산운용 제공 |
메리츠운용, 1년 새 공모펀드 10만5409좌 증가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은행과 증권사 등에 의존한 판매를 떠나 직판체제에 뛰어들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연달아 불거지며 공모펀드 판매가 위축된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른 직판체제가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메리츠자산운용의 공모펀드 가입 계좌수는 총 12만2472좌다. 이는 2019년말 대비 10만5409좌가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운용의 이같은 성적은 업계에서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증권사 중 신규 공모펀드 판매 계좌가 가장 많이 늘어난 한국포스증권의 실적도 뛰어넘었고, 전통 판매채널인 증권사보다 유치 고객이 많았다. 같은기간 한국포스증권은 지난 2019년 대비 6만8629좌가 증가했고,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5만5408좌, 4만2968좌가 증가했다.
직판은 자산운용사들이 은행, 증권사 등을 거치지 않고 고객에게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판매 방식이다. 현재 시장에선 운용사가 펀드상품을 내 놓으면 증권사와 은행 등 판매사를 통해 판매하는 간접판매 구조가 일반적인 체제로 굳어져있다.
메리츠운용의 이같은 실적은 최근 침체된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판로로 떠올랐다.
업계는 존 리 메리츠운용 대표의 영향력이 직판 실적 증가에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펀드 직판을 개시해 지점과 자체 모바일 앱을 운영 중인 메리츠운용은 지난 2019년 말(1만 7063좌)까지 직판으로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존리 대표가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연해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서서히 직판 채널에 관심이 커지고 유입고객도 늘어났다.
현재 시장에는 메리츠운용을 비롯해 삼성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 직판 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지난 2019년 12월 직판을 시작한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카드 앱을 통해 직판에 나서며 유입력을 높였다. 삼성카드 앱을 통해 비대면 계좌개설과 펀드 직거래를 운영 중이다. 모바일 직판 서비스를 통해 상장지수펀드인 EMP, ELF 등 상품군을 판매 중이다.
또한 국내 공모펀드 상품정보를 비교하고 직접 매매가 가능한 모바일 펀드 플랫폼 '펀드솔루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를 처음 접하는 투자자들도 모바일을 통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며 "투자자들 간 정보를 주고받는 등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 직판에 나선 에셋플러스운용은 회사 설립과 함께 온라인 펀드 직판을 추진했다가 판매사 위탁과 온라인 직판 채널을 병행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운용사가 직거래로 펀드를 판매하면 판매사를 거쳐야 하는 중간과정이 생략돼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은 우려할 점으로 꼽힌다. /더팩트 DB |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한데다,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게 된 고객 환경 등이 직판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바일 앱을 활용한 비대면 펀드 직접 판매시장이 커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운용사와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거래를 할 경우 판매사를 거쳐야 하는 중간과정이 생략돼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펀드를 만든 운용사가 직접 판매하는만큼 정확한 정보제공이 가능해 불완전 판매 우려도 감소시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직판시장이 활성화 되면 자사 상품을 직접 팔기 때문에 판매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 정확한 설명과 정보제능이 가능해 투명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운용사들은 회사별로 상품 특장점을 강화시키거나 장기투자가 되는 운용방식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존 펀드 판매채널이 견고한 시장체제에서 직판 서비스 시장이 커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다.
증권사와 은행 등 기존 판매채널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비용과 인력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다, 채널 규모를 확장하는 것 역시 지속적인 에너지가 투입돼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직판체제 도입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실질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도입해 기존 판매사들 보다 두곽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사와 운용사간 관계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증권사와 은행 등에 판매를 의존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직판에 나섰다가 관계가 악화될 우려도 무시하지 못한다"며 "판매사를 통한 것보다 운용사 직접 판매액이 클 경우엔 증권사 측에서 견제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