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투자펀드 상품이 지난해 11월 119억 원 환매가 연기됐다. /더팩트 DB

247억 투자자 54명 환매 연기 피해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지난해 10월 환매가 연기됐던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의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투자펀드 상품 '신한명품 프리미엄 펀드랩(이하 신한 랩)'의 환매중단 사태를 둘러싸고 투자자와 회사간 책임 공방이 새해 들어 더 치열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한금투가 환매 연기 직전까지 투자자에게 환매 중단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하는 것과 동시에 불건전한 업체를 건전한 업체로 속여 기초자산으로 삼아 상품을 판매했고, 상품의 위험도를 은폐하거나 펀드 수익률을 허위로 통보했다며 "사실상 사기 판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 랩은 지난해 11월 10일 만기분 119억 원의 원금상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6개월가량 환매가 연기됐다. 신한금투는 환매가 연기된 이유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차주인 WBL의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못했고 기초자산인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 회수도 원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신한 랩은 미국 소상공인 대출회사인 WBL(World Business Lenders)이 발행하는 대출채권에 재간접 방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제시수익률은 연 6% 수준이다. 상품은 신한금투가 WBL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역외(해외)펀드를 국내운용사로부터 받아 고객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쉽게 설명해 투자금은 고객→신한금투→국내운용사→역외운용사→WBL로 들어간다.

신한금투는 해당 상품을 지난 2019년 5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95명의 투자자에게 247억 원 규모로 판매했다.

투자자들이 신한금투를 향해 격분하는 이유는 신한 랩 상품이 '일임형'이기 때문이다. 해당 상품은 신한금투 랩운용부가 직접 기획부터 운용, 관리를 주도하는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상품이다.

일임형 랩은 증권사 직원이 고객의 자금을 1대1로 직접 관리하며 위험을 줄이는 등 자금을 알아서 운용해준다. 때문에 일반 사모펀드와는 달리 증권사가 1.3%의 선취수수료를 따로 책정했다. 가령 3억 원을 투자한다면 수수료만 390만 원을 증권사에 내는 것이다.

신한 랩 투자자들은 많은 이자를 내고 손실 위험을 낮춘 상품에 투자했지만 신한금투가 부실한 기초자산을 선택했으며, 상품 판매와 투자자 관리 등 전 과정에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한금투가 약탈적 대출업체인 WBL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며 건전한 업체인 것으로 속여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 랩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WBL은 미국 규제당국의 감시를 받지 않는 약탈적 대출업체로 사업모델의 윤리성 및 적법성을 따져볼 때 국내 개인 소비자에게 판매할 만한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신한금투는 회사를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업체로 안내했다"며 "랩운용부에서 이를 미리 알았다면 속인 것이고, 나중에 알았다면 업무상 해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28일 기준 누적수익률이 8.32%라고 통보했다. /박경현 기자

투자자들은 판매 시 안내받은 정보도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삼았다. 당시 상품의 위험도를 '초고위험'이 아닌 '고위험'으로 안내했으며, 펀드 내 부실채권(NPL)이 없다고 소개 받았으나 실제로 NPL이 존재하는 등 고객을 속였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신한금투가 제공한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 공유문서'의 위험도 분류기준에 따르면 신한 랩이 해외투자펀드이므로 '초고위험'으로 분류돼야 한다. 그러나 해당 상품을 해외투자펀드가 아닌 것으로 표시하고 실제 계약서 상에는 고위험으로 기재해 위험도를 하향했다. 부실채권도 미국 파산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직접 찾은 결과 자료가 수두룩하게 검색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품판매 이후에도 운용사 변경과 관련한 사실을 숨기고, 상품 운용 상황과 펀드 수익률에 대해 허위로 통보해 왔다는 주장이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5월 1일 역외운용사를 기존 탠덤(TANDEM)에서 PGCM으로 변경했다. 신한금투가 투자자에게 제공한 약관을 살펴보면 운용사 변경과 관련해 사전에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한다. 펀드 수익률에 대해서는 신한금투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28일 기준 누적수익률이 8.32%라고 통보한 바 있다.

투자자들은 신한금투 측이 "자사는 단순 판매사 역할을 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신한금투가 실질적으로 최종운용을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한 투자자는 "상품가입 당시 신한금투로부터 자사 랩운용부가 최종운용하는 상품이라고 안내 받았으며 회사가 이에 따른 수수료를 선취했고 계약서에도 이를 명시했다"고 말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판매사이므로 운용사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주장 등 일부 입장에 대해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해당 상품에 부동산 등 담보가 있어 자산 회수를 준비하고 있으며, 회수 결과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한 랩은 오는 2월 만기분 약 100억 원 어치가 남아 있어 환매가 추가로 중단될 시 전체 환매 연기 규모는 2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사기판매'라며 신한금투를 상대로 금감원 분쟁위원회와 검사국에 집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회사 측이 원리금 상환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판매 당시 WBL건전성과 상품 위험성 등 잘못된 정보를 고지한데 대해 관계자를 처벌해 줄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신한 랩 투자자모임 대표는 "회사 측이 탠덤 및 WBL 등과 분쟁을 이어가더라도 우선 원리금 상환을 먼저 실행해달라. 회사 관계자 역시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상품 판매를 둘러싸고 정부와 금융사, 투자자간 전반적인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더팩트>에 "유례없는 주식시장 활황과 함께 투자문화가 확산되는 시기이므로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관련 사태와 같이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되기도 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해외 금융선진국과 비교해 사모펀드 등 투자와 관련한 역사와 노하우, 규제망 등이 허술한 것은 사실" 이라며 "정부의 소비자 보호망 구축 및 규제와 감시기능, 판매당사자들의 책임감있는 판매, 투자자가 손실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해야 하는 태도 등 전반적인 장치와 문화가 동시에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pkh@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