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진행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
2021년에도 경영 위기 계속…삼성은 사법 리스크 고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재계 총수들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올 한 해 글로벌 기업 간 신사업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올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기업별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삼성의 경우 수년째 발목을 잡았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부담 요소로 남아있다.
1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이 부회장의 향후 거취를 결정짓는 이날 판결을 앞두고 삼성은 초긴장 상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사법 리스크' 속에 쉼 없는 현장 경영으로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사업장을 차례대로 방문하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중국·네덜란드·베트남 등 재계 총수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글로벌 현장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총수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난해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 구축과 비대면 수요 확대 등으로 매분기 호실적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갈등 지속 등 경영 불확실성에도 위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물론 경제계 안팎에서는 자칫 지난 2017년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가 재연될 경우 삼성의 미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신규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지난 2017년 4월 7일 치러진 1심 첫 공판 이후 지금까지 국정농단 재판에 발목을 잡힌 4년여 동안 M&A 등 신사업 관련 이벤트가 자취를 감췄다.
상속세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주식 상속세액만 11조 원에 달한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의 상속세 납부는 오는 4월 말까지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올해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성공할 경우 그룹 준법경영 강화 및 정체돼 있던 신사업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뉴삼성'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더팩트 DB, 각사 제공 |
지난해 10월 20년 만에 재계 서열 2위 현대자동차그룹의 새 총수가 된 정의선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적지 않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작업은 올해 더욱 구체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첫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의 신차 출시를 기점으로, 전기·수소차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여기에 최근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며 미래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도 시동을 건 정 회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구상을 구체화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기틀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그 어느 해보다 분주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 역시 대표 과제로 꼽힌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를 비롯해 현대차 1.99%, 현대모비스 0.27%의 지분을 보유해 그룹 주력 기업 지분이 취약한 상태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선 순환출자 고리를 깨고 현대글로비스 중심 지주사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SK그룹의 올해 주요 화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다. 지난해 ESG 중심 경영의 밑그림을 그린 최태원 회장은 올해부터 구체화 작업에 나선다. 최 회장의 ESG 경영 의지 아래 SK CEO들도 더 높은 수준의 ESG 경영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성과 확대다. 최 회장은 최근 포럼에서 ESG 경영 확산을 위해 글로벌 사회가 공동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4년 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미래 사업을 키우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배터리 분사, 마그나와의 합작법인 설립 등 전장 사업에 힘을 줬고, 스타트업 발굴 및 인재 확보 등 AI·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나가고 있다.
계열 분리 작업도 마무리 단계다. 구본준 고문이 계열 분리하는 LG신설지주가 오는 5월 1일 출범하면 구광모 회장의 '뉴LG'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계열 분리 후 구 회장은 전자·화학·통신 등 주력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올해가 구 회장의 경영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말 최고경영진 40여 명과 화상회의를 열고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영 과제를 확정했다. 그는 민첩한 조직 운영과 고객 중심의 질적 성장을 새해 경영 목표로 제시하면서 품질·환경·안전 중심 조직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품질·환경·안전은 내 가족이 쓰는 제품,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라는 생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임하자"며 "이를 위해서는 사장단부터 솔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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