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를 낙점하면서 계열사의 전기차 사업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
LG전자,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마그나, 과거 애플과 협력 논의한 사례 있어
[더팩트│최수진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전기차'를 낙점,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체질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이 전기차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 데 이어 최근 LG전자 역시 전기차 사업 경쟁력을 위해 VS사업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목적은 하나다. 확대되는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 LG전자, '마그나' 손잡고 합작법인 설립
23일 LG전자는 글로벌 시장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마그나)'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신설 법인의 명칭은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이다.
이날 LG전자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VS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물적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분할회사인 LG전자가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게 되며, 마그나는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하게 된다. 인수금액은 4억5300만 달러(약 5016억 원)다.
부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3년 부품 설계 엔지니어링 업체 V-ENS'를 인수하며 자동차 부품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후 같은 해 7월 VS사업본부(당시 VC사업본부) 신설했으며, 2018 8월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했다.
LG전자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VS본부 내 그린사업 일부를 대상으로 물적분할과 합작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LG전자 제공 |
LG전자는 ZKW 인수 2년 만에 VS사업 일부를 분사해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신설법인은 전기차 부품 사업부문 중 모터/PE, 배터리 히터, HPDM, PRA, DC충전박스 및 배터리·배터리팩 부품 관련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확대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00만 대 수준에서 2022년 2840만 대로 두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2025년에는 5660만 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전기차 사업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물적분할을 결정했다"며 "합작법인이 독립적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성장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LG화학 이어 LG전자도 분사 결정…LG전자 주력 사업, '가전' 중심서 '전기차'로 양분
LG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글로벌 LG그룹의 계열사인 LG화학은 이달 초 자사 배터리사업부문을 분사한 실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킨 바 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전지사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가속화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속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전기차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LG화학, LG전자 등 LG 계열사는 전기차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제공 |
LG전자의 이번 분사 결정 역시 핵심 사업 부분의 경쟁력 강화라는 큰 틀의 목적은 같다. LG전자의 부품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와 재규어 I-PACE 등에 탑재되는 주요 부품을 공급했다.
사업 규모가 커질 경우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가전 사업 중심에서 가전과 전기차로 양분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VS사업본부(인포테인먼트 중심), ZKW(램프), 엘지 마그나 이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 등 3개 축으로 나눠 자동차 부품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들 사업 실적은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매출과 영업이익에 합산된다. LG전자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재개와 신규 프로젝트의 양산 등으로 VS사업본부의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와미 코타기리 마그나 차기 CEO는 "파워트레인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마그나의 전략을 LG전자와 함께 하게 됐다"며 "양사의 강점을 활용해 급부상하는 전동화 부품 시장에서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용 LG전자 VS사업본부장(부사장)은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 기회를 가진 전동화 부품 사업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하면서 최선의 선택을 내렸다"며 "합작법인은 LG전자의 뛰어난 제조기술력과 마그나의 풍부한 경험,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물론 양사 모두 자동차 부품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와 애플의 전기차 부품 관련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다. /더팩트 DB |
◆ LG전자, '전기차' 시장서 애플과 협력할까…부품 공급 시나리오도
업계 일각에서는 LG전자와 애플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다. LG전자가 애플의 첫 전기차인 '애플카(가칭)'에 관련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LG전자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마그나는 파워트레인 외 샤시, 내·외장 등 다양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 가운데 하나로, 그간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에 나선 바 있다.
애플도 그중 하나다. 마그나가 과거 애플과 애플카 관련 생산 논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애플과 LG전자 역시 전기차 사업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2024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