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영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취임 후 지난 6월 미국 '아마존'에 '에이지투웨니스' 브랜드관을, 중국 '티몰'에 '루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최근 동남아시아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쇼피'와 파트너십 구축에 나서는 등 연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동률 기자 |
애경산업 "점자적으로 해외 시장 넓혀갈 것"
[더팩트|문수연 기자] 임재영 애경산업 대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화장품 사업의 실적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올해 애경산업 수장에 오른 임 대표지만, 올해 목표로 제시한 '매출 1조 원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세까지 뚜렷해지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올해 6000억 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지난해(7013억 원) 대비 1000억 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애경산업은 올해 '매출 1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3분기까지 매출 4345억 원을 기록,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앞서 애경산업은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한 과제로 △생활용품 시장 지위 강화 △화장품 사업 영역 확대 △글로벌 시장 매출확대 등을 제시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화장품 시장 위축으로 화장품사업 매출이 급갑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올 상반기 화장품사업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한 974억 원, 영업이익은 80% 감소한 45억 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생용품 수요 증가로 생활용품사업이 상반기 누적 매출액 1848억 원, 영업이익 6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성장세를 보였지만, 화장품사업 부진을 상쇄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뒷걸음질쳤다. 연결기준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 줄어든 1522억 원을, 영업이익은 44.7% 감소한 82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애경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화장품사업 부진에 발목을 잡히면서 올해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뒷걸음질쳤다. /더팩트 DB |
지난 5월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애경유화에서 애경산업으로 자리를 옮긴 임 대표는 실적 반등을 위한 경영 전략 키워드로 '해외 시장 개척'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종합화학기업 한국바스프에서 인사부문 전무, 스페셜티사업부문 사장, 화학사업부문 사장 등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취임 후 임 대표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서며 지난 6월 미국 '아마존'에 '에이지투웨니스' 브랜드관을 오픈하고 중국 '티몰'에 '루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임 대표는 동남아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동남아시아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쇼피'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을 통해 애경산업은 제품 판매를 강화하고, 공동 마케팅 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며 상호 협력할 예정이다.
쇼피는 6억 인구를 보유한 동남아 최대 온라인커머스 플랫폼으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타이완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모바일 기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임 대표의 글로벌 전략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유럽 시장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K뷰티 제품의 유럽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데다 LG생활건강, 에이블씨엔씨, 토니모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앞서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기에 후발주자인 애경산업이 입지를 확대해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사드 이슈 이후로 '탈중국'을 해야 한다는 경험을 했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동남아 시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코로나19 위기 속에 동남아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모색해서 점차적으로 영역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