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리뉴얼 오픈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수십개의 예술 작품이 걸린 전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북유럽 인테리어 브랜드 '에덴미술'이다. /영등포=한예주 기자 |
오픈 첫날인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화장품 빼고 카페, 편집숍 들어서
[더팩트|영등포=한예주 기자] "백화점 말고 힙(Hip)화점."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변신을 꾀한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17일 재단장을 마치고 새롭게 오픈했다.
지난 5월 유아동 전문관부터 전층을 리뉴얼해온 영등포점은 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졌던 1층에 해외명품과 화장품 대신 카페, 편집숍, 서점 등의 콘텐츠를 도입하고, 화장품 매장을 3층으로 옮기는 등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MZ세대를 모셔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그대로 옮긴 것 같은 공간을 콘셉트로 매장을 꾸몄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 '백화점 공식' 과감히 깼다…MZ세대 힙플레이스로 가득
오픈 첫날 찾은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은 백화점보다는 을지로의 한 카페, 서울숲의 한 편집숍 등을 합쳐놓은 복합쇼핑몰의 느낌이 강했다. 각 브랜드들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매장들의 평수를 넓힌 만큼 700평대의 규모가 다소 좁게 느껴지기도 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이었다. MZ세대의 새로운 소비 및 재테크 문화인 '스니커테크(Sneaker+tech)'를 위해 리셀 플랫폼을 오프라인에 구현해보겠다는 시도다. 영등포점은 정품·가품 감정 서비스를 비롯해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커스텀(주문제작) 서비스, 제품 수선 및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한정판 풋볼 레플리카(특정 제품의 디자인과 동일하게 만든 상품)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편집매장 '오버더피치'도 눈여겨 볼만했다. 영등포점엔 한정판 올드 레플리카가 한 곳에 모여 있었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존도 마련돼 있어 '축덕(축구덕후)'들의 발길까지 사로잡을 예정이다.
영등포점은 백화점의 얼굴로 여겨졌던 1층에 해외명품과 화장품 대신 카페, 편집숍, 서점 등의 콘텐츠를 도입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였다. 사진은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 /한예주 기자 |
한 가운데에 마련된 '생활공작소' 매장도 눈에 띄었다. 온라인에서 위생·세탁 용품으로 입소문을 탄 생활공작소는 영등포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매장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세면대를 설치해 누구나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전시 갤러리도 열렸다. 이곳에서는 테슬라에서 판매 중인 모든 모델을 볼 수 있었고 추첨을 통해 시승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원래 입점하려고 했던 감성편의점 '고잉메리'의 사정이 안 좋아져 테슬라가 들어왔다"며 "2월까지 계약이 돼있어 당분간은 테슬라 매장이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 퓨전 일식당인 '호랑이식당'이 유통업체 최초로 입점했으며, 유럽 전통 제조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유명한 '아우어 베이커리',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된 닭요리로 유명한 한남동 맛집 '세미계' 등도 들어섰다.
무엇보다 MZ세대를 겨냥해 '인스타 갬성(?)'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스팟들이 눈에 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층들이 사진을 찍을만한 곳,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곳들을 위주로 입점을 진행했다"면서 "무엇보다 온라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19로 소비자 발길은 뜸해…기존 고객 혼선도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른바 오픈 매장 특유의 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오픈시간인 10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백화점을 둘러본 결과 100여 명의 사람들이 백화점을 방문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객보다는 롯데백화점 사원증을 목에 걸거나 영등포점 스티커를 가슴팍에 붙인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매장을 확인하거나 점검하러 나온 경우가 대다수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수가 1000명이 넘어서자 리뉴얼을 기념해 준비했던 콘서트 등 집객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17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리뉴얼 오픈 첫날, 정리나 청소가 되지 않은 곳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예주 기자 |
오픈 첫날이라 준비가 미비한 곳도 많았다. 바닥에 먼지나 쓰레기가 남아 있거나 상품 배치 및 정리를 마치지 못해 박스를 들고 분주히 움직이는 직원들과 사다리차를 들고 지나가는 인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음식점에는 QR 체크인 기계가 준비되지 않아 고객들이 일일히 수기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새로 바뀐 동선에 혼란을 겪는 고객들도 많았다. 백화점을 찾은 한 60대 여성 고객은 "오랜만에 백화점을 찾았는데 원래 매장들을 찾기가 어렵다"면서 "리뉴얼했다는 안내문은 봤지만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업계는 미래 고객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점 역시 백화점의 잠재적 VIP인 젊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0년 만에 전관 리뉴얼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도 신촌점 유플렉스를 리뉴얼한 데 이어 최근 경기 부천 중동점의 영패션 전문관 유플렉스를 11년 만에 리뉴얼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영등포 거주자 가운데 2030세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엔 신길뉴타운, 영등포뉴타운 등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새로운 주거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레트로가 유행인 만큼 힙지로처럼 영등포도 확장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