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 눈치 vs. 주주가치 제고[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금융당국이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권에 배당 축소를 권고하고 있다. 금융권은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배당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어 배당 규모가 축소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둔 금융지주사들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상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각 금융지주사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인 만큼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 한시적으로 배당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은행권의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조만간 금융권과 구체적 협의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재 배당 제한 요구가 현행 법규로 가능한지, 추가 평가 도입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 중이며, 금융위와도 협의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한시적으로 배당 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거나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바탕으로 추가 배당 관련 지침을 내리는 방안 등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금융권에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및 성과급 지급 중단을 권고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본격적으로 축소 권고를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의 방침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배당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비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나 실적이 좋았던 만큼 주주들에게도 책임감 있는 모습도 보여줘야 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금융지주들은 올해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에 배당을 축소하면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주요 주주 대상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올해 3분기에 3조5512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3조2439억 원보다 9.4% 늘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까지 축소한다면 금융주 매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많아 배당을 아예 안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까지 금융권 실적이 좋았다. '건전성이 나빠질까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축소를 권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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