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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ESG 환경·지배구조 '매우 취약' 낙제점…개선책 있나
입력: 2020.12.08 06:00 / 수정: 2020.12.08 06:00
한국기업기배구조원이 올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ESG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환경 부문에서 D, 사회 부문에서 B, 지배구조 부문에서 D, 통합 부문에서 C 등급을 부여받았다. 오른쪽 위는 영풍 총수인 장형진 고문. /더팩트 DB
한국기업기배구조원이 올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ESG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영풍그룹은 환경 부문에서 'D', 사회 부문에서 'B', 지배구조 부문에서 'D', 통합 부문에서 'C' 등급을 부여받았다. 오른쪽 위는 영풍 총수인 장형진 고문. /더팩트 DB

ESG, 기업 경영·주가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는 지표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환경오염의 원흉으로 지목을 받아왔던 전통적인 굴뚝산업 기업들이 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ESG(환경 Environment, 사회 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 경영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ESG 경영 기조에 맞춰 사업을 재정비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환경, 지배구조 리스크 해소를 어필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돈을 잘 버는지에만 주목했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어떻게 돈을 벌고 회사를 경영하는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하고 있다. 비(非)재무적 요소가 중요해졌지만 영풍그룹은 ESG 경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으며 시대적 흐름에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기배구조원은 최근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평가 및 등급을 공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영풍은 환경 부문에서 'D' 등급, 사회 부문에서 'B' 등급, 지배구조 부문에서 'D' 등급, 통합 부문에서 'C' 등급을 부여받았다.

한국기업기배구조원의 ESG는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총 7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풍그룹은 환경과 지배구조 등급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영풍과 다르게 '굴뚝 산업' 기업들 가운데 환경과 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곳도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케미칼, 롯데정밀화학, 에쓰오일 등은 환경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고 금호석유화학과 롯데정밀화학과, 롯데케미칼 등은 지배구조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았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ESG 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회사의 ESG와 관련한 발생 가능 위험 수준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하게 하고 투자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ESG는 기업의 경영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의미하는 ESG는 기업의 비(非)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투자자들은 ESG 지표를 통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벌고 꾸려가는지 평가하고 있다. 특히 ESG펀드는 ESG 분야를 지표화해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투자금은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투자금은 ESG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에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의 '큰손'인 연기금도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기 위해 ESG 고려 규정을 마련해 ESG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기업들의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영풍은 환경문제와 지배구조 개선 등 해묵은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환경법령을 총 58건 위반하고 19건의 고발을 당했다. /더팩트 DB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환경법령을 총 58건 위반하고 19건의 고발을 당했다. /더팩트 DB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환경법령을 총 58건 위반하고 19건의 고발을 당했다. 또 공장을 불법 건설하고 폐수처리시설을 불법으로 운영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석포제련소는 환경법령 위반 혐의로 경북도로부터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재 석포제련소는 조업정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영풍의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미흡한 수준이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는 대기업이 지배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제도다. 거래소 유가증권 시장 공시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2조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유가증권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됐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항목은 주주 관련 4개, 이사회 관련 6개, 감사기구 관련 5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풍은 이들 15개 항목 가운데 감사기구 지표인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전문가 존재 여부' 한 가지 항목만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풍이 올해 6월 제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는 15개 항목 중 5개 항목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년도보다 준수율을 높아졌지만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제고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해도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주총회 집중일 이외 개최,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등 주주 관련 4가지 항목을 모두 준수하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ESG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해외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금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앞으로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기업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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