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 최대 고비로 꼽힌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해 법원이 대한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이동률 기자 |
법원, 산은·조원태 손 들어줘…KCGI·노조의 반발·기업결합심사 등 과제 남아
[더팩트|한예주 기자] 세계 7위 수준 항공사로 도약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최대 고비를 넘겼다.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1일 기각하면서다.
일단 대한항공은 인수 무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KCGI를 비롯한 3자 연합과의 갈등, 양 항공사 노조의 반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등 최종 성사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5000억 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 발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및 통합 항공사 경영이라는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 및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3자연합도 책임 있는 주주로서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주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KCGI를 포함한 3자연합은 사실상 경영권 확보 동력을 잃게 됐다. 이에 이번 결정에 불복해 신주발행 취소와 같은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임세준 기자 |
하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적지 않은 관문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 난관은 KCGI다.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률이 희석돼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한 KCGI 등 주주연합이 가처분신청 기각에 대해 즉시 항고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신청 항고는 법원 결정 이후 7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며, 인용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통상 2주가량 소요된다.
KCGI는 이미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임시주총은 내년 1월 이후로 예정되고 있다. 만약 주총에서 KCGI 측 이사가 선임된다면 이사회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가 재논의 될 수 있다.
KCGI는 입장문을 내고 "관계 당국과 사법부의 고심은 이해하나, 이번 결정이 시장경제원리 및 상법과 자본시장의 원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된다"면서 "그동안 천명해온 항공업 재편의 공론화,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 및 독립적 이사회에 대한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대 항공사 노조 설득 과정도 필요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대한항공-아시아나 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노사정 회의체를 구성하여 인수합병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이 합병 이후 인력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지만, 양사 간 합병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 때문이다. 업계는 중복노선의 통폐합, 자회사 매각, 인원 감축 등을 통해 몸집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과 사무직 직원 등이 속한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 항공사 합병에 따른 '노노(勞勞) 갈등' 문제도 불거졌다.
노노갈등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부채 등의 과제를 해결하고 인수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이와 함께 양사 통합에 대해 국내외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원칙과 법에 따라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공정위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것처럼 기업결합 외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킬 수 없다는 점이 입증되면 결합이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과 정부가 항공업 재편 의지가 강한 만큼,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합병을 승인해도 해외 경쟁 당국 중 한 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다만, 대부분 국가가 대형항공사를 1곳씩만 갖고 있어 해외 규제 당국이 항공사 간 합병을 불허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 많다.
독과점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자회사까지 합치면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대한항공은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양사의 저비용항공사(LCC) 점유율까지 더하면 62.5%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에서 인수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공정위가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과의 결합은 경쟁 제한성이 있더라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항사와 경쟁해야 하는 국내 항공사의 상황을 고려해 국내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이유만으로 독과점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두 회사의 부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아시아나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 부채만 4조7979억 원이며, 대한항공은 14조 원 이상의 금융 부채 가운데 5조 원이 1년 내 만기가 도래한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