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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없는 게 많은데 6년을?"…LH 청년주택 '안암생활' 가보니
입력: 2020.12.01 15:06 / 수정: 2020.12.01 15:06
서울 성북구 안암로 25 소재 리첸 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 안암생활이 지난달 30일 입주에 들어갔다. /윤정원 기자
서울 성북구 안암로 25 소재 리첸 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 '안암생활'이 지난달 30일 입주에 들어갔다. /윤정원 기자

주택 내부에는 주방·세탁시설 없어 불편 예상

[더팩트|윤정원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창해 온 호텔형 임대주택이 다시금 등장했다. 주인공은 서울 성북구 안암동 소재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한 '안암생활'이다. 올해 1월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한 청년주택 '영하우스'에 이은 두 번째 주자다. 하지만 주택 내부에 주방과 세탁기조차도 마련되지 않아 실상 '집'이라는 느낌보다는 며칠 거쳐가는 '게스트 하우스'의 느낌이 강했다.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보이는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이 입주를 시작했다. LH는 입주 개시 이튿날인 12월 1일 오전 안암생활에서 입주시설 브리핑 및 입주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현미 장관이 브리핑 바로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날 호텔을 활용하는 공공임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탓일까. 코로나19가 무색하게도 설명회에는 취재진만 40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밖에 LH 관계자 10여 명 및 공사 인원 등으로 이날 안암생활은 입주 시작단계임에도 계속해 북적대는 모습이었다.

안암생활은 LH가 주택 운영기관인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와 협력해 설계 및 시공부터 주택 운영에 필요한 주거시설‧공용공간을 반영한 수요 맞춤형 주택이다. 기존 리첸 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청년층에게 1인 주거용으로 공급된다. 거주는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 입주자는 지난 8월 매입임대주택 입주자격을 갖춘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기관을 통해 모집이 완료됐다. 19세~39세의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이 대상이며, 앞서 입주 경쟁률은 2.3대 1이었다. 현재 입주자 가운데 대학생은 28%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안암생활은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설동역에서 도보로 약 10분, 6호선 안암역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지하 3층~지상 10층 규모이며, 복층형 56호, 일반형 66호(장애인호 포함) 등 총 122호로 이뤄진다. 지상 3층부터 6층에 자리 잡은 복층형과 지상 7층에서 10층에 이르는 일반형 모두 전용면적은 13~17㎡ 수준이다. 2층에 마련된 장애인형의 경우에만 전용면적 26~30㎡다.

전용면적 17㎡ 일반형 내부 모습 /윤정원 기자
전용면적 17㎡ 일반형 내부 모습 /윤정원 기자

아직 입주 전인 전용면적 17㎡ 일반형 주택에 들어가 보니 냉장고, 에어컨, 침대, 책상‧의자, 옷장 등의 기본 옵션이 눈에 띄었다. 내부에 주방이 없어 면적이 아주 작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기본 옵션 외의 물건을 둘 공간은 마땅치 않았다. 요리와 설거지 등을 위해 매번 지하 2층 공유주방을 이용해야 한다 생각하니 큰 불편이 예상됐다. 자그마한 트롬 세탁기 하나 놓여져 있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다가왔다.

입구에 점자 안내판이 함께 부착된 장애인형 주택의 경우 휠체어 등이 이동 가능하도록 보다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 문턱을 없앤 화장실도 일반형 대비 상당히 컸다. 방 한쪽에는 비상벨도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체 주택 가운데 장애인형은 단 2호로 소수에 그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하 1층에는 코워킹스페이스, 공유 회의실, 복사실, 무인 택배함 등이, 지하 2층에는 휴게실, 공유세탁실, 공유주방, 공유마켓, 공유식당 등이 위치했다. 하지만 식당이 협소해 한 번에 여러 사람들이 내려와 요리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공유세탁실의 이용액 등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지하 1층~지하 3층에는 주차장도 함께 마련돼 있는데, 수용 대수가 23대다.

지상 1층에는 청년들의 창작·창업·예술 활동의 결과물을 판매·홍보할 수 있는 창업실험가게 '샵인샵'이 자리한다. 취·창업 아카데미, 일자리 카페 등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지상 10층과 연결되는 루프탑 라운지도 있다.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있는 루프탑 라운지 연결 통로에는 싱크대도 있어 옥상에서 바비큐 등을 구워먹을 때 그릇 및 채소류 등을 세척하는 데 편리할 듯했다.

지상 10층과 연결되는 루프탑 라운지에서는 바비큐 등 조리가 가능하다. /윤정원 기자
지상 10층과 연결되는 루프탑 라운지에서는 바비큐 등 조리가 가능하다. /윤정원 기자

안암생활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7만 원~35만 원으로 공급된다. 향후 임대료 상승은 정책 기준인 5% 한도 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관리비는 6만 원 수준이다. 일전 영하우스의 경우 월세와 관리비 등 입주자가 매달 내는 금액이 50만 원 안팎에 달해 비판이 일었지만 이곳은 상당히 저렴하게 임대료가 책정됐다.

바닥 난방이 되지 않고 복도에 카펫이 깔려 있는 등 호텔 티를 벗지 못했던 영하우스와 달리 안암생활은 개별난방이 가능했고, 기존 호텔의 모습 또한 어느 정도 탈피한 모습이었다. LH에 따르면 안암생활 개‧보수에는 호수당 2000만 원가량이 들어간 상태다.

박세영 LH 사회주택선도사업추진단장은 "도심에 살기 힘든 청년계층을 위해서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도심에 지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다. 안암생활 임대료는 감정평가 기준 시세의 45% 수준"이라며 "안암생활 전용앱을 통해서 공동체 프로그램에도 참여가 가능하다. 안암생활이 창업과 취업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LH의 포부와 달리 "오래 살 곳은 못 된다"는 게 이날 안암생활을 방문한 <더팩트> 취재진을 포함, 상당수 취재진들의 견해였다. 저렴한 임대료는 반길 일이라면서도 대다수가 주방과 세탁시설의 불편부터 꼬집었다. LH 측에서는 공동체 생활의 이점을 조명하고 있지만 실상 개인적인 공간은 협소해 장기간 거주는 힘들겠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한 취재진은 "잠깐 지내야 게스트 하우스 로망도 있는 거지, 계속 여행 중인 느낌으로 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 역시 호텔을 리모델링한 청년 임대주택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거의 기본 전제는 취사와 난방이지만 호텔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지어진 건물이다. 안암생활의 경우에는 난방 문제는 덜었지만 개별 취사가 어렵다는 점, 공용 세탁기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등 불편 사항이 많다"며 "신축하는 수준의 대공사가 아닌 이상 호텔 리모델링으로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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