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석 대표에 힘을 실어준 이마트와 신임 강성현 대표를 앉힌 대형마트 양사의 인사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민주 기자 |
강희석에 힘 싣는 신세계…강성현 선임 '승부수' 띄운 롯데
[더팩트|이민주 기자] 유통 업계 '빅2'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내년도 정기 인사에서 닮은듯 다른 인사카드를 꺼내들었다.
'세대교체'라는 큰 틀에서는 맥을 같이하면서도 핵심 사업 분야인 대형마트 부문에서는 각각 '유임'과 '인적 쇄신'이라는 상반된 결정을 내리면서 양사 수장이 보여줄 경영 전략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모두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2021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스타트는 업계 1위인 이마트가 끊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이마트 부문에 대한 인사를 먼저 시행했다. 그간 매년 12월 초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교하면 2개월가량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쪽을 택했다. 강 대표를 SSG닷컴 신임 대표로 임명해 양사 대표를 겸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사별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SG닷컴 온라인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그로서리사업본부, DATA/INFRA본부, 지원본부 등으로 조직 체계 전반을 재구축했다.
강희석 대표는 지난해 이마트 대표 자리에 오른 최초의 '외부 출신' 인사다. 강 대표는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유통과 소비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전문가다.
반면, 롯데마트는 인적 쇄신을 택했다. 2년여간 롯데마트를 맡았던 문영표 대표 자리에 강성현 전 롯데네슬레 대표를 앉혔다.
1970년생인 강성현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GC)을 거쳐 지난 2009년 롯데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 롯데 H&B(롭스) 대표를 맡았던 강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롯데네슬레코리아를 이끌어왔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각각 '유임'과 '인적 쇄신'이라는 상반된 선택을 했지만, 성과주의를 토대로 위기 극복이라는 공통된 목적을 두고 단행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혁신을 주도하며 성과를 낸 강희석 대표에는 더욱 힘을 실어주고, 터닝 포인트가 필요한 롯데마트에는 강성현 대표라는 새로운 무기를 쥐여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형마트 양사는 엇갈린 성적을 받아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강희석(왼쪽) 이마트 대표를 SSG닷컴 신임 대표로 임명했다. 롯데그룹은 강성현 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롯데마트 수장에 앉혔다. /각사 제공 |
이마트 실적자료에 따르면 3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한 5조9077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 늘어난 1512억 원이다.
별도 기준 총매출액은 4조2069억 원으로 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01억 원으로 140억 원 늘었다.
반면, 롯데쇼핑 할인점 사업부(롯데마트)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든 1조590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120억 원에서 320억 원으로 늘어났으나,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는 2.9% 줄어든 1040억 원을 기록했다.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4.1% 감소한 4조6570억 원, 영업손실은 30억 원으로 적자 폭이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실적 반등을 꾀하기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전면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 대표는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일할 당시 롭스 사업부 설립을 주도했으며, 롭스 설립 이후에는 5년간 대표를 맡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적자를 내던 롯데네슬레코리아를 맡아 혁신을 주도한 결과 지난해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지난해 신세계의 '깜짝' 인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신세계 인사가 당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결국 올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자, 롯데에서도 인사 기조를 바꾼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실제 강 대표는 올해 기존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시했던 '미래형 점포' 1호점(이마트타운 월계점)을 선보였으며, 입지가 좋은 곳에는 신규 점포(신촌점)도 출점했다.
전문점 정리에 따른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강희석 대표는 올해 연간 900억 원의 적자를 냈던 전문점은 16개 이상 축소했다. 이마트 전문점 1분기 매출액은 287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 신장했으며, 영업적자 폭도 182억 원으로 31억 원 만큼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것 같지만 결국은 같은 선택이다. 대내외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잘되는 곳에는 더 힘을 실어주고 안 되는 곳에는 변화를 준 셈"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