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호텔을 잇달아 오픈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신세계조선호텔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뚜렷해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진은 신세계조선호텔 '그래비티 판교' 외관. /신세계조선호텔 제공 |
실적 부진에 2년간 신규 투자 중단키로…한신평 "코로나 이후 중요"
[더팩트|한예주 기자] 글로벌 호텔 체인 목표 달성을 위해 연일 신규 호텔을 출범시키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던 신세계조선호텔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다음 달 '그래비티 서울 판교'에 이어 내년 1월 '그랜드 조선 제주'가 오픈을 앞두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향후 2년간 호텔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속도 조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은 올해 레스케이프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론칭하고 지난 10월 '그랜드 조선 부산'을 열었고, 곧이어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을 오픈했다.
전날엔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픈을 오는 12월 30일로 확정하면서 감각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그랜드 조선 제주',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등의 호텔을 2021년 상반기까지 새로 개장할 계획이다.
이처럼 신세계는 코로나19 위기에도 과감한 투자로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수익이 지속적인 신규 투자에 제동을 건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로나19에 따른 관광분야 피해액이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객실·연회 예약 취소가 쏟아진 호텔업의 경우 2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으며 큰 타격을 입었다.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여전히 '제로(0)'에 수렴하는 데다, 8월 중순부터 9월까지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내국인 영업까지 위축됐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대상 연회·식음 매출 비중이 높고 운용 객실과 인력이 많은 토종 호텔체인의 피해가 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악재로 호텔업계 전반이 부진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다시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연말 기대감도 없어졌다"며 "신세계조선호텔은 코로나 이전에도 적자를 이어갔던 만큼 경영상 어려움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말까지는 재무안전성이 재차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 이후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사진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전경. /신세계조선호텔 제공 |
실제 올해 3분기 신세계조선호텔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393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24억 원이던 적자는 -146억 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객이 끊기고 내국인의 야외활동 또한 위축되며 호텔의 빈 객실들이 늘어난 결과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규모 수혈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이마트는 총 27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1800억 원은 현금이며, 나머지 900억 원은 서울 소공동 일대 땅을 현물로 출자하는 방식이다. 지난 4월 1000억 원을 출자한 데 이어 올해에만 호텔 사업에 3700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다만, 이마트는 향후 2년간 신세계조선호텔에 신규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 호텔의 시설 보완만 나설 예정이라는 의미다. 이마트 계열사 중 신규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곳은 호텔이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부담을 더 키울 수 없는데 따른 결정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누적된 적자로 인해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것 또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조선호텔의 올 1분기 부채비율은 900%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총차입금은 약 4000억 원 수준인데 보유한 현금이 없어 순차입금 또한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임차운영호텔을 추가로 개점한 것도 재무부담을 크게 늘릴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조선호텔이 보유한 임차운영호텔 2곳의 리스부채 인식금액은 약 2376억 원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그룹 측의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나타날 것이지만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증자 효과가 빠르게 희석될 수 있다"면서도 "이미 공격적인 확장을 했던 만큼 그룹에선 신규 투자보단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신평 측 역시 "임차운영호텔 5곳 추가효과가 누적되는 내년 말에는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안정성 지표가 재차 저하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기존호텔의 객실효율성 회복 여부, 신규호텔의 이익기여 확대 추이 등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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