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오는 26일 임원 인사 예상…엄중한 분위기 속 '여성 인재 발탁' 관심[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그룹이 오는 26일 임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가운데, 우수 여성 직원을 핵심 보직에 발탁하는 등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라는 신동빈 회장의 약속이 지켜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 정기 임원 인사 승인 및 사업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 이사회 개최 일정과 임원 인사 발표 날짜가 같았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도 26일 당일 인사 결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통상 12월 말에 정기 인사를 단행했지만, 올해 시기를 한 달 정도 앞당겼으며, 이는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는 신동빈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는 신동빈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갈지 주목하고 있다. 롯데 양대 축인 유통과 화학 부문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쇄신 인사'는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미 롯데는 지난 8월 비정기 인사에서 그룹 2인자로 불린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의 사퇴를 수용하는 등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중에서 롯데의 인사가 가장 파격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성장 전략에 부합하지 않은 인물이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섣불리 짐작할 순 없지만, 롯데 내부에서도 '독한 인사'를 대비하는 눈치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600명 수준의 임원 중 180여 명을 교체하는 쇄신 인사를 실시한 바 있다. 올해는 엄중해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더 강도 높은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10~15% 임원 감축설까지 돌고 있다. 강희태 유통비즈니스유닛(BU)장, 김교현 화학BU장, 이영호 식품BU장 등 핵심 경영진 거취와 관련한 관측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갈수록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서 여성 인재를 둘러싼 신동빈 회장의 결정이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22년까지 여성 임원 60명, 여성 간부 30%'를 육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신동빈 회장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하다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여성 인재 육성 및 양성평등 문화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다양성 헌장 선포, 여성 리더십 포럼 개최,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방지 교육 프로그램 구축 등이 대표적인 노력이다. '여성 임원 60명, 여성 간부 30%'라고 수치를 못 박은 것도 그만큼 실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신동빈 회장은 2017년 롯데지주 출범 당시 "롯데에서 여성 인재들이 유리천장의 벽을 느끼게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그룹 내 여성 임원 수는 2012년 3명에서 36명으로 늘었다. 간부 비중은 14%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1년 만에 물러나기는 했지만, 사상 처음 여성 CEO(선우영 전 롯데롭스 대표)가 배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인사의 경우에는 그룹 전체 임원의 규모를 축소하면서도 여성 신임 임원 3명을 발탁해 '여성 임원 36명'을 그대로 유지했다.
롯데는 올해도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까지 여성 임원 60명, 여성 간부 30%' 약속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위해선 올해부터 더욱더 과감한 발탁이 필요하지만, 임원 감축설이 나도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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