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1억 원·연봉2배 초과 신용대출 '제한'[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은행권이 오늘(23일)부터 1억 원을 웃돌거나 연 소득이 200%를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본격적으로 제한한다.
앞서 지난 13일 금융당국이 연 소득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30일부터 실행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당국 규제 시점보다 약 일주일 앞서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 연 소득의 200%를 초과한 신용대출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 이에 신용대출이 1억 원(KB국민은행과 타행 신용대출 합산)을 넘는 차주에게 '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게 된다. DSR은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대비 대출 부담수준을 나타낸다.
금융당국이 오는 30일부터 일괄적용을 예고한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40%' 규제 대상은 연소득 8000만 원이 넘는 고소득자이지만, KB국민은행은 소득과 관계 없이 신용대출이 1억 원을 넘어선다면 규제를 적용한다. 아울러 소득에 비해 과도한 신용대출을 막는다는 취지로 이날부터 연소득의 200% 내에서만 신용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1억 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30일보다 당겨 이번 주 중 실행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잇따라 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신용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는 지난 13일 당국의 규제 발표 이후 불과 일주일 만에 1조5000억 원가량 신용대출이 급증한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대출 규제 발표이후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막차를 타려는 신용대출자가 늘면서 연말까지 올해 대출 총량 목표를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 은행의 신용대출 실적 통계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 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9일기준 131조354억 원이다. 이는 규제 발표 전날(12일) 129조5053억 원과 비교해 불과 7일만에 1조5301억 원이 불어난 액수다.
특히 5대 은행의 1일 신규 마이너스 통장 개설 수는 12일 1931개에서 18일 거의 2배인 4082개로 늘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조기 신용대출 규제에 대해 "해마다 은행들이 연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금융당국에 계획서를 내는데, 이 목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잘 안 지켜졌다"며 "이런 것들을 고려해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이른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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