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의 임기가 12월 31일 만료된다. 이 사장은 지난 2월 27일 비씨카드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다. /비씨카드 제공 |
부진한 실적에 연임 가능성 부정적 전망
[더팩트│황원영 기자] 이동면 BC카드(비씨카드) 사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임기 만료를 한 달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연임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올해 3월 취임해 이제 겨우 7개월을 넘긴 상황이지만, 이 사장의 부진한 실적이 거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업 경험이 전무한 이 사장은 취임 초부터 자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의 여파와 더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쳤지만, 카드사 CEO들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경영 성과를 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산하 카드사 CEO들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이동면 사장은 나홀로 실적 악화에 직면해 연임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씨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786억 원) 대비 31.6%(248억 원) 줄어든 538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실적이 하락한 카드사는 8개 카드사 중 비씨카드가 유일하다. 영업 수익(1조6677억 원)도 전년 동기보다 4.5% 줄었다.
이동면 사장의 취임 시점(3월)을 고려해도 실적은 내리막길이다. 1분기 실적을 제외한 2분기 비씨카드 순이익은 266억 원으로 전년 동기(306억 원)보다 13.1% 줄었다. 영업수익도 1.4% 감소했다.
이동면 사장이 지난 2월 신임 사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업계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사장이 금융이나 영업과 관계없는 R&D(연구개발) 전문가인 만큼 성장세가 멈춘 비씨카드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었다.
특히, 이동면 사장이 황창규 전 KT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만큼, 예우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수장으로 앉힌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그간 BC카드 대표이사들은 KT 그룹 내 전무 혹은 부사장급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이동면 사장은 1991년 KT에 입사해 KT 종합기술원 기술전략실장(상무), 인프라연구소장(전무), KT융합기술원장(부사장),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비씨카드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6% 줄어든 538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실적이 하락한 카드사는 8개 카드사 중 비씨카드가 유일하다. /비씨카드 제공 |
KT의 신기술 개발 일선에 있는 융합기술원 원장을 경험한 만큼 R&D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이 같은 경력이 오히려 카드사 수장으로서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데다 금융 이해도나 기획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동면 사장은 취임 당시 IT 전문가인 자신의 장점을 살려 "빅데이터, AI 등은 ‘스마트 비씨(Smart BC)’로 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영역으로 디지털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새로운 디지털 혁신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오히려 네이버 카카오 등 ICT 공룡들이 진출하면서 입지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올해 7월 기준 금융 앱(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 순위에서 비씨카드 간편결제앱인 페이북은 7번째에 머물렀다. 삼성페이, 토스, 카카오뱅크, KB스타뱅킹, NH스마트뱅킹, 신한쏠 등에 모두 밀렸다.
카드 업황이 부진한 것을 고려하면 전망도 밝지 않다. 비씨카드는 전업 카드사와 달리 회원사나 가맹점의 신용카드 사용 승인 결제 등 대금 결제업무를 수행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로 카드 이용액이 줄어들 경우 고스란히 타격을 받게 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도 결제 대행 업무에 치우친 사업구조 탓에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 여파에 그대로 노출돼 저조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B2B를 통한 매입업무수익이 전체 영업수익의 약 87%를 차지하는데 회원사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거나 이탈할 경우 수익 감소가 가속화될 수 있다.
이동면 사장이 비씨카드의 구조적 난항을 이겨내고 개선된 하반기 성과와 디지털 혁신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비씨카드의 경우 타 카드사와 달리 CEO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1년마다 단행되는 KT 인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사장의 연임 여부 역시 모회사인 KT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이 부진했던 것은 을지로 사옥 매입과 차세대 시스템 교체 등 투자 비용이 발생한 영향"이라며 "회계상의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이 사장의 경영 및 사업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