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태 회장 'JT'·지성규 행장 '글로컬'…"수직적 조직문화부터 달라져야"[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최근 임직원 간 '영어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권 내 이러한 '호칭 개혁'이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주를 비롯해 은행, 카드 등 전 계열사에 최근 영어 이름을 그룹 포털에 등록 후 사용하라는 공지를 보냈다.
일상 업무나 회의 때 임직원 간에 '김 대리', '이 과장' 등처럼 직급을 부르는 것이 아닌 영어 닉네임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는 본점에서는 상시적으로, 영업점에서는 회의 시, 서로의 영어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대외적으로 필요할 때만 기존 직급과 직함을 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까지 영어 이름 등록을 완료했으며, 하나카드는 오는 4일까지, 하나금융투자는 6일까지 등록을 끝낼 계획이다.
하나금융의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들도 영어 닉네임을 정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평소에 사용하던 'JT'를 사용하며,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글로컬(Glocal)',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윌리엄(William)',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진 케이(Jin K)'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하나금융의 호칭 개혁은 수평적 문화 확산을 위한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받는 수평적 기업문화를 지향하기 위해 첫 출발을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러한 하나금융의 시도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은 가장 보수적인 업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뱅크, 토스, 케이뱅크 등 핀테크 기업에서는 수평적 호칭 문화가 자리 잡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출범 때부터 영어 이름을 써 왔다. 윤호영 대표는 사내에서 대니얼(Daniel)로 통한다. 간편송금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스는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이, 케이뱅크는 팀장 이하 전 직원이 '님'을 붙여 부른다.
다만, 일반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반으로 호칭 개혁이 확산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이미 호칭 변경을 시도했던 회사들도 호칭은 바뀌었지만, 근본적인 기업문화의 변화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조직 내부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호칭 개혁은 소용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호칭 개혁을 시도했지만, 호칭만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직적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호칭 개혁이 의미가 있겠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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