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하위 20%' 8%↑·'상위 20%' 4.0%↑[더팩트|윤정원 기자]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의 저가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 수요를 대체할만한 저가 아파트값이 크게 뛰는 모양새다.
3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분위(하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4억5638만 원으로, 조사 이후 처음 4억5000만 원을 넘겼다. 1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새 임대차 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3개월 전(4억2312만 원)과 비교하면 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분위(상위 20%) 평균 아파트값은 18억4605만 원에서 19억2028만 원으로 3개월 사이 4.0% 상승했다. 저가 아파트 상승 속도가 고가 아파트보다 2배가량 빨랐다.
저가 아파트 급등 탓에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값 5분위 배율은 4.2로, 2017년 5월(4.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아파트 가격 상위 20% 평균(5분위)을 하위 20% 평균(1분위)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통상 5분위 배율이 낮아지는 것은 주거 양극화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5분위 배율이 내려간 것은 저가 아파트값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고가와 가격 차이를 좁힌 것이어서 긍정적 신호로 보긴 어렵다.
특히 서울 외곽의 소형 아파트값이 크게 뛰었다. 지난달 1㎡당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82만 원으로, 3개월 사이 6.6%(73만 원)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3개월 동안 아파트값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도봉구(11.0%)다. 서울 평균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이어 △노원구(10.3%) △강북구(9.6%) △중랑구(9.4%) △성북구(8.2%) △은평구(8.6%) △구로구(8.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지역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살 때 필요한 금액은 중랑구가 4억3975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도봉구 4억3450만 원 △강북구 4억5418만 원 △은평구 4억6276만 원 등의 순이었다. △구로구(5억472만 원) △노원구(5억863만 원) △성북구(5억5425만 원)는 5억 원 이상이 필요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난 등의 여파로 서울에서는 외곽 지역의 중소형·중저가 아파트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면서 "저가 아파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서민층 주거 안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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