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170일, 11차례에 걸친 출장 강행군을 펼치며 전 세계에 포진한 100여 명의 IOC 위원을 만나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를 설득했다. /삼성 제공 |
'스포츠 민간 외교관' 기업 경영 넘어 스포츠 후원 앞장서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향년 78세 나이로 25일 별세했다.
삼성을 초일류 기업 대열에 올려놓은 이 회장에게는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총수'라는 타이틀 말고도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가 빠지지 않는다.
이 회장은 20여 년 동안 '스포츠 민간 외교관'을 자처, IOC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 국내 체육계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존재감은 한국 스포츠계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계에서 이 회장이 이룬 업적과 입지에 못지않게 국내외 스포츠계에서 그의 인지도와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난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된 이 회장은 18년여 동안 스포츠 선진국의 주요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포츠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
지난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삼성전자는 스포츠맨십에 기반을 둔 이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글로벌 스폰서십으로 참여해 삼성그룹의 스포츠계 지명도를 확장했다. 특히, 지난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는 이 회장의 영향력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170일, 11차례에 걸친 출장 강행군을 펼치며 전 세계에 포진한 100여 명의 IOC 위원을 만나 평창의 동계 올림픽 유치를 설득하고 선전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가장 영향력이 큰 IOC의 공식 후원사로 만들어 우리나라의 입지를 더욱 굳히는 데 앞장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당시 IOC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 동계 올림픽의 평창 유치에 성공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선수단이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종목별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
그룹 차원의 스포츠 지원은 이후에도 지속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무려 18년 동안 올림픽 파트너사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도 무선통신분야 공식 파트너로서 IOC와 협력해 한정판으로 제작한 약 1만2500대의 '갤럭시 S7 엣지 올림픽 에디션'과 코드프리 이어버드 '기어 아이콘X'를 참가 선수 전원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응원단장' 역할에도 앞장섰다.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이 회장은 선수단이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까지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종목별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회가 개최된 이후에도 현지에서 열띤 응원전에 나섰다.
특히, 런던올림픽 당시 이 회장과 부인 홍라희 리움 관장,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그룹 오너 일가는 대회 개막 이후 수영 남자 400m 자유형 결승전을 비롯해 주요 경기를 직접 관전,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외에도 삼성은 삼성전자(육상, 승마단), 삼성생명(탁구, 레스링), 삼성전기(배드민턴), 삼성에스원(태권도단) 등 각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구단을 중심으로 올림픽 효자 종목은 물론 비인기 종목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