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준중형 SUV '투싼'이 5년 만에 4세대 풀체인지 모델 '올 뉴 투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대차 제공 |
'기록 제조기' 투싼, 5년 만에 '차급' 제대로 넘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반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대자동차(현대차)가 탄생시킨 수많은 모델 가운데 꽤 많은 모델이 판매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수십여 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제조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모델이자 베스트셀링 모델 명단에 때마다 이름을 올리는 세단 3총사 '아반떼'(준중형)와 '쏘나타'(중형), '그랜저'(준대형)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대세로 떠오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분야에서도 '신기록 제조기'로 꼽히는 모델이 있다. 바로 준중형 모델 '투싼'이다.
투싼은 지난 2004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누적 판매 700만 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장 많이 팔린 국산 SUV'라는 타이틀을 가진 투싼이 올해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5년 만에 새롭게 탄생한 4세대 모델이 현대차 SUV 역사상 최초로 사전 계약 첫날 계약 건수 1만 대를 넘어섰다.
신형 투싼의 외관은 SUV 라인업 최초로 적용된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과 '히든 램프' 등 전작과 비교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꾀했다. /용인=서재근 기자 |
새 모델이 켠 흥행 청신호는 과연 우연이었을까. 4세대 '올 뉴 투싼(신형 투싼)'을 타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서 이천시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까지 약 70km를 달려봤다. 이날 시승 차량은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HEV) 모델이다.
신형 투싼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의 변화다. 전·후·측면에서 인테리어까지 전작의 향수가 느껴지는 요소는 '투싼'이란 차명밖에 없을 만큼 확 바뀌었다. 새 모델의 디자인에 관해 "모든 부분이 굉장히 실험적인 도전"이었다는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의 발언대로 파격적이다. SUV 라인업 최초로 적용된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과 '히든 램프'는 먼저 도입한 바 있는 중형 세단 '쏘나타'와 준중형 세단 '신형 그랜저'보다 훨씬 크고 넓어져 꽤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측면은 신형 아반떼에서 보여준 '직선이 만들어낸 굴곡'이 볼륨감과 더불어 날렵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후면의 경우 일자형으로 길게 뻗은 리어램프 좌우 양쪽을 상하로 뾰족하게 처리하면서 날카롭게 솟은 송곳니를 떠올리게 한다. 앞서 지난 9월 진행된 디지털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에서도 '이빨' 모양의 리어램프 디자인에 관한 질문이 나오기도 했는데 전면 '히든 램프' 디자인과 나름 괜찮은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신형 투싼에는 덮개가 없는 10.25인치 개방형 클러스터와 풀터치 방식의 풀 터치 센터패시아와 버튼형 변속기 등이 적용됐다. /용인=서재근 기자 |
사실 신형 투싼의 진짜 특징은 '밖'보다 '안'에 있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클러스터(계기판)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신형 투싼에는 운전석에는 덮개가 없는 10.25인치 개방형 클러스터가 최초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클러스터 위를 덮고 있는 테두리가 없어 마치 테블릿PC를 옆으로 돌려 붙여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안으로 움푹 들어가 있던 클러스터가 밖으로 나온 만큼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껴지는 개방감도 크다.
빛 반사 우려도 기우였다. 낮 때는 물론 어두운 터널 안에서도 선명함을 유지한 채 다양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테두리를 없애는 대신 'Anti Glare 필름'을 통해 야간에도 윈드쉴드에 스크린이 비치지 않도록 했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풀터치 방식의 풀 터치 센터패시아와 버튼형 변속기 등도 역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잘 나타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센터패시아 전체를 감싸는 하이그로시 소재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끈한 질감 등이 고급스럽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지나도 곳곳에 묻어나는 지문과 먼지 등이 눈에 거슬린다.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에어컨, 라디오 등 운전자는 물론 동승자의 손길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면, 하이그로시 비중을 줄이거나 아예 다른 마감재를 선택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 가지, 소형 SUV '코나'에도 비록 전면 유리는 아니지만, 컴바이너 타입으로 적용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기능이 신형 투싼에는 빠져 있다는 점 역시 아쉽다.
신형 투싼에 적용된 개방형 클러스터는 테두리를 없애는 대신 'Anti Glare 필름'을 통해 야간에도 윈드쉴드에 스크린이 비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용인=서재근 기자 |
신형 투싼의 특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공간활용성'이다. 이 부분에서는 '차급을 뛰어넘었다'는 현대차의 설명이 결코 실언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신장 180cm인 성인 남성이 체형에 맞게 운전석을 세팅한 상태로 2열에 앉았을 때 주먹 2개가 여유롭게 들어가고도 3cm 정도가 남을 만큼의 무릎공간이 확보됐다. 상급인 중형 SUV '싼타페'와 비교했을 때 체감상 차이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실제 제원상 수치를 보면, 신형 투싼의 차체 길이(전장)은 4630mm, 휠베이스는 2755mm다. 이는 전 세대와 비교해 각각 150mm, 85mm 늘어난 수치다. 2열 무릎공간과 직결되는 휠베이스 수치만 놓고 비교하면 싼타페(2765mm)와 단 10mm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기에 2열 시트의 경우 앞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전 세대와 비교해 훨씬 더 커지면서 폴딩을 했을 때 개방감도 상당하다. HEV 모델에는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 접혀서 밑으로 수납되는 '폴드&다이브' 시트가 적용되지 않았다. 해당 기능이 얼마만큼의 공간을 제공할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HEV 모델에서도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형 투싼은 성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주먹 2개가 여유롭게 들어가고도 3cm 정도가 남을 만큼의 무릎공간이 확보된다. /용인=서재근 기자 |
주행성능을 살펴보면, HEV에 탑재된 스마트스트림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제원상으로 최고 출력 180ps, 최대 토크 27 kgf.m, 시스템 최고 출력 230ps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ℓ당 16.2km다.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주행감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중간'이다. 가속할 때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잘 달리네'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연비의 경우 기존 현대차가 출시한 HEV 모델과 비교해 순수 전기모터로 연비의 경우 순수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조금 더 늘고 개입도 잦아졌지만, 여전히 경사지나 시속 120km 이상의 고속 주행 시 계기판에서 'EV' 표시를 찾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HEV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답답함을 감수해야 할 정도는 물론 아니다. 이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시속 100km의 속도와 차간 거리 2단계로 설정한 채 약 40km를 달렸을 때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ℓ당 21.5km다.
2열 시트의 경우 앞쪽으로 젖혀지는 각도가 전 세대와 비교해 훨씬 더 커지면서 폴딩을 했을 때 공간 활용성은 물론 개방감도 더 커졌다. /용인=서재근 기자 |
안전·편의 사양 역시 상위 모델과 견줘 손색이 없다. 신형 투싼은 모든 트림에 △다중 충돌방지 자동 제동 시스템(MCB)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차로 유지 보조(LF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사실 기존 준중형 SUV의 경우 공간활용성 면에서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패밀리 SUV'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다소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형 투싼은 CF 속 장면처럼 누군가에게는 '나만의 영화관', '만화방', '오피스'가 되기에 충분한 '도심형 SUV'다.
특히, 최근 '캠핑카'를 소재로 한 TV프로그램이 생겨날 만큼 '차박'(자동차+숙박) 열풍이 불고 있는 오늘날 신형 투싼의 공간활용성은 캠핑 마니아들에게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 같다.
신형 투산 HEV 판매 가격은 2857만~3467만 원(하이브리드 세제혜택 및 개별소비시 3.5% 적용 기준)△가솔린 모델은 2435만~3155만 원 △디젤 모델 2626만~334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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