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자박'의 대표 아이콘으로 부상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저렴하게 전세를 제공하겠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새롬 기자 |
청원인 "마포보다 출퇴근 쉬워요" 이점 나열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대표 '전세난민'이 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저렴하게 전세를 제공하겠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능 안티'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문제로 고생하시는 홍남기 부총리님께 중구 신축 아파트를 주변 전세 시세보다 저렴하게 제공하고 싶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본인이 현재 홍남기 부총리가 거주하는 마포구 바로 옆 중구 서울역 센트럴자이 보유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요즘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자 이 나라를 대표하는 관료인 홍남기 부총리님께서 국격에 걸맞지 않게 마포 전세, 의왕집 매도 문제로 인해 매일 조롱거리 기사에, 인터넷 카페, 단톡방 등에서 동네 바보형 취급받는 현실에 심한 통탄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글을 시작했다.
청원인은 "지금의 부동산 급등 문제는 홍남기 총리께서 추진한 임대차 3법 실책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쌓여온 서울 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 부족 누적과 3기 신도시의 느린 진행, 시중 통화량 급상승, 역사적인 저금리, 갑작스러운 임대사업자 폐지, 준비 안 된 분양가상한제 실시에 따른 청약 공급 물량 감소, 자사고 폐지에 따른 강남 학군 선호 현상 심화 등 다양한 문제가 겹쳐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를 홍남기 총리님 1명의 개인적인 책임으로 몰아가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당분간만이라도 홍 부총리의 부동산 문제라도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한다"면서 "마침 내년 초 비울 수 있는 매물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로 심사숙고 끝에 자신있게 제안을 드린다. 빠른 시일 내에 홍 부총리의 긍정적인 답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홍 부총리가 지금처럼 부동산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고 생업에만 매진할 수 있길 바란다며 서울역 센트럴자이의 이점도 나열했다. 그는 서울역 센트럴자이가 현재 홍 부총리가 거주하는 마포자이 3차보다 정부종합청사로의 출퇴근이 가깝다는 점, 단지가 서울역과 도보로 400m 거리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세종시까지 KTX를 타고 이동하기 쉽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홍 부총리는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1가구 2주택자다. 홍 부총리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팔려고 했지만 전매 제한 규정으로 인해 분양권을 팔지 못 했고, 의왕시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지난 8월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나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인해 거래가 불발될 위기에 놓여있다. 홍 부총리가 현재 살고 있는 마포구 소재 전셋집은 내년 1월부로 주인에게 내줘야 한다. 본인이 추진한 부동산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청원인이 전세를 제안한 서울역 센트럴자이 전세가는 KB부동산 시세로 전용면적 84.97㎡ 기준 7억2000만 원~7억8500만 원 수준이다. 현재 시장에 전세매물로 나와있는 매물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서울역 센트럴자이 인근 Z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서울역 센트럴자이는 입주 만 3년차로 전세물량은 8~9월에나 나온다. 집주인들로서는 몇 백만 원을 지불하면서 나와야하기 때문에 전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세난의 피해 당사자가 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제공하겠다는 청원 글이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청원인이 실제 홍 부총리에게 전세를 내줄지, 전세가격을 얼마나 낮춰 임대할 요량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글만 봐서는 전세대란 속 홍 부총리 입장에서는 여간 반길 일이 아니다. 현재 홍 부총리가 거주 중인 마포자이 3차의 같은 평형 전세가격은 KB부동산 기준 7억1500만 원~8억1500만 원이다. 최근에는 전세가 귀해 부르는 게 값이다. N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전용면적 84㎡도 그렇고 요새 전세가 없다. 1월 입주 가능한 매물은 없고 내년 2월 입주 가능한 급매는 하나 있다. 값은 8억3000만 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의 전세 제안을 두고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다. 전세대란 속 성인군자가 납셨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제대로 돌려까기를 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본인이 놓은 덫에 본인이 걸린 건데 뭐가 불쌍하다는 건지. 이 정도면 홍 부총리 '찐팬'(열혈 팬) 공개 인증", "뭐 예쁘다고 이렇게 편을 들어주나", "과연 홍 부총리에게 전셋집을 준다는 이야기일까. 누가 봐도 지능안티 아닌가", "돌려까기의 진수"라는 등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편 21일 오전 11시 14분 기준 해당 청원에는 228명이 동의 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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