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장남 김동윤 씨가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지 1년이 지났다. 사진은 동윤 씨가 근무지인 강북센터지점에서 나오는 모습. /박경현 기자 |
평사원으로 실무감각 익히기 '열중'…본사 이동 시기는 미정
[더팩트ㅣ박경현·정소양 기자] 국내 대표 증권사인 한국투자증권 오너 3세는 신입사원으로 입사, 경영수업의 첫 단추를 뀄다.
동원그룹 창업주 장남 김남구(57)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아들 김동윤(27) 씨는 한국투자증권에 들어간 지 1년이 넘었다. 동윤 씨는 일선 영업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며 경영수업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입사 과정은 공정했다고 한다. 오너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지 않고 현장에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부친이 회사 밑바닥에서 시작한 것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취재진은 김동윤 씨의 업무 모습 등을 취재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지점을 수 차례 찾았다. 취재진은 지난 15일 오전 7시 50분경 출근하는 동윤 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참고로 그의 출근 시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동윤 씨의 출근길은 여느 평사원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는 짙은 남색 빛이 도는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차려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회사에 출근했다.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180㎝가 넘는 훤칠한 키 덕분에 취재진은 그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취재진은 동윤 씨에게 회사에서 맡고 있는 업무와 1년이 지난 소감 등을 질문했다. 그는 당황한 듯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지침상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며 "센터장님과 말씀 나누시면 좋겠다"고 몸에 밴 듯 자연스럽게 답하며 인터뷰를 정중히 사양했다.
당황한 기색을 내보였음에도 그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은 제대로 준수했다. 센터 앞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비치해둔 '비대면 셀프체온측정기'를 이용해 체온을 측정 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한투 강북센터장은 김동윤 씨의 업무성과 등에 대해 "영업지점에 일하는 일반적인 사원처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국투자증권 강북센터지점. /박경현 기자 |
동윤 씨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상관인 센터장에게 물었지만 아쉽게도 특별한 이야기를 듣진 못했다.
한국투자증권 강북센터 센터장은 "(김 사원이) 수습기간을 거쳐 정식 사원이 되고, 이후 OJT(기업 내 직무수행을 병행하는 교육) 기간을 거쳐 일반 영업 업무에 들어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무 성과 등에 대해서는 "영업지점에 일하는 일반적인 사원처럼 일하고 있고 목표가 주어지면 목표에 맞게 성실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며 "직원들과 관계도 원만하고 좋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윤 씨가 근무하는 한투증권 강북센터지점은 서울 종로구의 타워8 빌딩에 입주해 있다. 이 빌딩 경비원들과 음식점 등 관계자들은 미래 한국금융지주의 총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동윤 씨의 존재를 대부분 모른다고 했지만 증권가에서는 '한투 황태자'가 있는 곳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은 오너의 아들과 함께 일하는 게 부담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훗날 크게 점프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윤 씨는 지난해 4월 진행된 '2019 한국투자증권 해외대학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통해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4개월의 신입사원 연수를 거친 뒤 같은 해 8월 21일자로 한국투자증권 강북센터지점에 근무 배정받았다.
동윤 씨의 첫 회사 생활은 부친 김남구 회장과 비슷한 모습이다. 김남구 회장은 동원산업 평사원으로 입사해 수개월간 참치잡이 원양어선에서 선원들과 고된 일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김남구 회장은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을 숨기고 배를 탔으며 동윤 씨는 입사 직후 김남구 회장의 아들인 것이 알려졌다.
동윤 씨 입사 과정에서는 김남구 회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윤 씨는 신입사원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합격했다. 그는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면접을 봤고 그 과정에서 김남구 회장은 면접장에 없었다.
김남구 회장은 평소 외부 활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경영인이지만 인재 채용 때는 발 벗고 나선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으로 대학 채용설명회를 직접 챙겼다. 그는 계열사 행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은 내가 직접 뽑은 사람들이니 자부심을 품어도 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김남구 회장은 평소 신입 또는 경력 사원 최종 면접에 참여해 왔다고 한다. 다만 동윤 씨의 입사 면접 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남구 회장은 평소 신입 또는 경력 사원 최종 면접에 참여해 왔지만 동윤 씨의 입사 면접 때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1월 20일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방문한 김남구 회장. /남용희 기자 |
동윤 씨는 다른 동기들과 함께 평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조부와 부친의 현장경영 원칙 하에 경험을 쌓고 있는 중이다. 동윤 씨가 본사가 아닌 영업지점 사원으로 배치된 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증권사의 현장은 '영업지점'이다 보니 현장을 알아야 좋은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윤 씨는 지점에서 개인과 법인을 상대로 영업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영업점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본사의 주요 보직으로 이동할 것으로 점쳐진다. 김남구 회장도 동원산업에서 근무하다가 1991년 한신증권(옛 동원증권) 명동 코스모스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동윤 씨가 이후 경영수업에 속도를 낼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동윤 씨는 본사로의 근무지 이동이나 보직 변동 등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한국투자증권 안팎에서는 '회장님' 아들인 동윤 씨가 오랫동안 강북센터지점에서 근무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동윤 씨의 인사이동과 관련해 "아직은 전혀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한국투자증권 신입사원들의 경우 (근무 위치가) 본사냐 영업점이냐, (업무 종류로) 관리업무냐 영업업무냐 등에 따라 모두 다르게 업무를 시작하므로 본인 사정과 역량, 실적 등 때에 따라 회사가 판단해 (인사이동시) 배치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로테이션에 정해진 연수도 없기에 동윤 씨가 영업점에 얼마나 근무하고, 이후 거처가 어디가 될 지 아직 전혀 예측할 수 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남구 회장은 지난 6월 30일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지분 20.70%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윤 씨는 지분이 없다. 김남구 회장은 고병우 전 건설교통부 장관의 딸인 고소희 씨와 결혼해 동윤 씨와 딸 지윤 씨 등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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