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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문의 퀘스천마크] 소비자들은 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반기나
입력: 2020.10.17 00:00 / 수정: 2020.10.17 00:00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자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지만 소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더팩트 DB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자 중고차 업계는 반발하지만 소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더팩트 DB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 95%가 허위 매물에 '불신 증폭'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자 중고차 업계는 "30만 명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혼탁한 중고차 업계에 자정을 요구했지만, 시장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라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이날 관련 기사 댓글에는 "현대차든 SK든 지금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한다", "가격이 올라도 상관없다. 품질에 맞는 가격을 지불하면 되고, 품질을 속였으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생계형이 어쩌고 하지 말고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해 왔는지 되돌아봐라", "대기업이 하는 게 그나마 투명하고 신뢰가 간다" 등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원한다는 글이 다수였다. 중고차 업계를 비난하는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중고차 구입 피해 사례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허위 매물과 사고 조작, 바가지 판매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70% 이상이 차량 상태 불신과 허위 매물 등의 이유로 중고차 시장을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7월 경기도가 허위 매물을 올려놓은 것으로 의심되는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 31곳의 판매상품을 표본 조사한 결과 95%가 실제로 구입할 수 없는 허위 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보호가 전혀 안 되는 시장인 셈이다.

중고차 업체들의 정화 노력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일부 업체들은 피해자 구제에 발 벗고 나서 감동을 주기도 했다.

A 중고차 업체는 허위 매물로 피해를 본 소비자와 함께 허위 미끼 매물로 유인해 강매한 B 업체를 찾아가 환불을 받아냈다. 이런 모습이 유튜브에 공개돼 박수를 받았다. 혼탁한 시장에서도 공정한 업체들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들보다 불법을 일삼는 업체가 다수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불안하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사진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 /더팩트 DB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사진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 /더팩트 DB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당시 SK그룹은 SK엔카를 매각했다. 그러면서 중고차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

중고차 업계가 대기업 진출을 막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고차 사업의 성패는 매집 능력에 달려있는데 대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들어올 경우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를 일정 기한,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매집에 나서게 된다. 또 소비자는 타던 차를 완성차 업체 딜러에게 주고 신차를 받아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영세 업체들은 일반인으로부터 중고차를 매집할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독점적 지배력을 가지면 시장이 변질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틀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줄일 방법은 찾기 힘들다. 중고차 매매업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업체의 난립과 과잉경쟁, 고객서비스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시장에서 피로감이 쌓인 소비자들은 대기업을 대안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미래차들이 중고차 시장에 쏟아질 경우 기술적인 문제로 영세 업체들이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차는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품질 관리가 가능한 업체가 맡아야 한다. 중고차 시장은 그동안 김치, 어묵, 두부 등 가업 중심의 전통제조업과 함께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속해 있었다. 자동차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꼽히고 있는데, 중고차 업종을 계속해서 과거의 틀에 가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서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골목상권을 지킨다'며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을 막았다. 그 결과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고, 소비자의 불신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펼칠 때가 됐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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