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서 보험설계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더팩트 DB |
정부,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법 제출
[더팩트│황원영 기자]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목표로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고용보험 의무화가 보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특고 77만명 중 보험설계사가 42만명에 이르는 만큼 고용보험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보험사가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보험사는 물론 당사자인 보험설계사까지 고용보험 의무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법안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특고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고용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는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1일 특고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이달 중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입법화할 방침이다.
특고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캐디, 건설기계 조종사 등 독립적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다. 이들은 자영업자처럼 여러 사업주와 일하기 때문에 그간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개정안은 특고를 고용보험에 적용하되, 구체적인 직종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특고 중에서도 전속성(한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이 강한 직종이 고용보험의 우선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보험설계사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1~2곳으로 전속성이 높고 산재보험 적용을 받는 만큼 우선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설계사에게 고용보험을 의무화할 경우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수익성이 악화하면 결국 보험설계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법안 개정 시 보험사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고용보험료)은 89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에 따르면 76.7%에 달하는 보험설계사가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반대했다. 사진은 코로나19로 중단되었던 보험설계사 시험이 재개된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 운동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당사자인 보험설계사 역시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설계사 1245명 가운데 단 274명(22.0%)만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찬성했다.
나머지 955명(76.7%)이 고용보험 의무가입에 대해 반대했는데, 이 중 769명(61.8%)은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설계사 784명(63.0%)은 고용보험 의무적용에 따라 일자리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고용보험 의무가입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고용보험 의무화로 사업주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고용 여력이 감소하고 사업환경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코로나19로 보험설계사의 대면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험대리점업계의 운영난까지 가중될 경우 저능률 설계사(월소득 150만 원 미만) 16.5%가 일자리를 잃는 대량해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담겼다.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가 약 23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3만8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부정수급으로 인한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수급 조건은 소득감소인데, 보험설계사가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업무량을 조절해 소득을 일부러 감소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도덕적 해이는 물론 근로자 및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입 선택제나 특고 보험료 부담비율 상향조정, 임금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특고직 고용안정을 위한 고용보험 정책방향이 오히려 특고직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등 보험산업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수급조건을 강화하고 보험설계사의 특성을 감안한 고용정책을 입안하는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