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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만 배부른 세상…한국 애니메이션 '유튜브 키즈' 수익 '0원'
입력: 2020.10.07 00:00 / 수정: 2020.10.07 00:00
7일 애니메이션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CP(콘텐츠제공사업자)사들이 유튜브 키즈의 수익 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유튜브 키즈 홈페이지 캡처
7일 애니메이션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내 CP(콘텐츠제공사업자)사들이 유튜브 키즈의 수익 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유튜브 키즈 홈페이지 캡처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 "'유튜브 키즈'로 한 푼도 벌 수 없는 구조"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인기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A 업체는 유튜브 키즈 채널 운영 문제로 깊은 고심에 빠졌다. 애니메이션을 제작, 유튜브 키즈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제공하더라도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튜브 키즈를 그만두기에는 해당 앱을 통한 콘텐츠의 소비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 판단이 쉽지 않다. 조회수는 올라가는데, 신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마음이 선뜻 생기지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CP(콘텐츠제공사업자)사들이 A 업체 사례와 마찬가지로 치우친 수익 구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 키즈를 운영하는 구글만 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해 이득을 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수익 구조'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지속될 경우 수익을 바탕으로 한 국내 키즈 CP사들의 자체 콘텐츠 생산 여력은 줄어들 것이고, 나아가 K-애니메이션 산업 발전 역시 정체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애니메이션 콘텐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유튜브 키즈 앱에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는 CP사들이 유튜브 관련 조직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분할 조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 소비 환경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완전히 변화되며 '모든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로 통한다'는 말이 나오는 시점에 유튜브 전문 조직의 힘을 빼는 건 다소 의아한 움직임이다.

CP사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튜브 키즈 앱에 있는 뽀로로 애니메이션의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도 뽀로로 관련 콘텐츠를 제작·제공한 회사의 수익은 0원이다. 인기 캐릭터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유튜브에 제공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제공하는 노동의 대가가 유튜브 키즈 앱에서는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며 "수익이 없으니 인력 운용에 문제가 생기고, 규모가 작은 회사의 경우 유튜브 대응 인력을 내보내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키즈 앱은 한국에 지난 2017년 5월 출시됐다. 13세 미만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 콘텐츠만 선별해 보여주면서 영상을 통한 학습과 유해 영상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하루 이용 시간도 제한할 수 있어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유익한 온라인 놀이·교육 공간으로 주목받았다.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유튜브 키즈로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앱의 신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키즈 콘텐츠를 소비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 입장에서 유튜브 키즈의 등장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키즈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국내 업체들의 사정은 다르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유튜브 키즈 콘텐츠는 특정 상품을 노출하는 영상 수익을 허용하지 않는다.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다른 영상(장난감 홍보 등)으로 유도하는 것도 금지다. 결정적으로 영상 조회수의 숫자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광고가 유튜브 키즈 앱 콘텐츠에는 붙지 않는다.

이날 만난 CP사들은 아이들이 보는 키즈 전용 콘텐츠에 대한 구글의 엄격한 조치에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다른 수익 모델을 제시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규제만 시행해 키즈 콘텐츠 제공에 따른 수익을 그 어떤 곳에서 찾을 수 없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에 불만을 내비쳤다.

구글이 유튜브 키즈 앱 영상에 광고를 못 하도록 막아놓은 것은 아니다. 광고주가 원한다면 계약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원하는 광고주가 없다는 것이다. CP사 관계자들은 "기존 유튜브와 유튜브 키즈를 놓고 선택할 수 있는데, '우린 유튜브 키즈에 광고하고 싶다'고 원하는 광고주는 없을 것"이라며 "유튜브 키즈 앱 영상 콘텐츠에 광고가 붙은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애니메이션 CP사들은 일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키즈 영상 콘텐츠 대부분이 유튜브 앱과 유튜브 키즈 앱에 동시에 노출되고, 이런 영상은 키즈 전용이라는 특성상 광고 수익이 없는 키즈 앱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CP사들의 설명이다.

사실상 구글이 한국 키즈 CP사들의 유료 콘텐츠를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구글과 협업 관계인 다른 IPTV사들도 CP사들의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LG유플러스 영유아 특화서비스 '아이들나라'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는 유튜브 키즈와 협업해 '아이들나라' 가입자들에게 키즈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키즈 콘텐츠의 주인인 CP사들은 이 서비스 수익 배분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IPTV사가 구글과 계약을 맺고 유튜브 키즈를 통해 CP사들의 키즈 콘텐츠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면, IPTV사들은 더 이상 CP사들의 콘텐츠를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게 된다. CP사들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 셈이다.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CP사 패싱'은' 아이들나라' 내 유튜브 키즈 기본 탑재가 이뤄진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구글과 LG유플러스만 배를 불리는 수익 구조가 수년간 지속되면서 CP사들의 매출은 급감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가 2018년 초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CP사 네 곳의 수익 변화를 조사한 결과, LG유플러스의 유튜브 키즈 앱 도입 후 월수익이 도입 이전보다 적게는 15%, 많게는 80%가량 줄어들었다. 협회는 키즈 CP사들의 매출 급감 현상이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는 구글과 LG유플러스 등 대기업이 키즈 CP사들의 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 지난 2018년 문체부 저작권보호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문의했다. 그러나 "담당 부처가 아니다" 또는 "문제가 없다"라는 식의 답변만 받았다.

구글 측과 직접 만나 수익 구조 개선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김남희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어렵게 이뤄진 구글 측과 만남에서 수익 구조 개선에 대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 구글 측은 '다른 나라도 다 똑같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구글 측은 소극적이었고, 협회 차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유야무야되며 2년의 시간이 흘러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키즈 CP사들이 원하는 건 다른 수익 모델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한 CP사 관계자는 "구글도 키즈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는 업체들이 그 영상에 대해 전혀 이익을 얻지 못하는 유튜브 키즈 앱의 '이상한 수익 구조'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자신들의 손해가 없기 때문에 방관하고 싶을 것이다. 이제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 사업자로서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했을 때 키즈 CP사들이 유튜브에서 발을 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CP사들이 유튜브 키즈 앱에서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도 답답함만 토로할 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것 또한 갑 중의 갑인 구글에 밉보이기 싫기 때문"이라며 "구글이 이러한 절대적인 위치를 이용하며 시간을 끌기보다는 콘텐츠 제공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 수익 구조의 유지가 더욱더 장기화될 경우 K-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익 기반이 흔들려 콘텐츠를 지속 제작할 동력을 잃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인기 캐릭터로 다른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규모 큰 키즈 CP사만 버틸 수 있는 시장 흐름을 봤을 때 앞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의 깜짝 성공 사례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더팩트> 취재진은 수익 구조 개선과 관련해 구글 측에 문의했으나 "확인할 수 없다"라는 답변만 받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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