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등 5대 그룹 총수들은 위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추석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더팩트 DB

추석 맞은 5대 그룹 총수, 국내서 경영 구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재계 역시 한동안 휴식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룹을 책임지는 총수들은 현안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장기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그룹 총수들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이들은 추석 이전부터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5대 그룹 총수들은 올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 관련 경영 현안을 재차 점검하고, 이에 맞는 하반기 경영 전략을 찾는 데 시간을 소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에 몰두하면서 필요 시 회사를 오가며 휴식 없는 추석을 보낼 전망이다. 연휴에도 산업 현장을 지키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추석 연휴 가장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그룹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는 그동안 명절 연휴를 활용해 해외 현장 점검을 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출장 등이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현장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1년간 수감 생활을 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2014년 이후 명절 때마다 매번 출장길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설 명절에는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에 있는 삼성전자 마나우스 법인을 찾아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명절에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했다. 중남미 사업을 총괄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을 방문해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캄피나스 공장에도 방문했다.

이번 추석에는 국내 사업장 방문이 유력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지난 5월 중국 반도체 사업장 방문 이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것을 고려, 추석 연휴 또는 직후에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사업을 재점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지난해 추석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을 찾았고, 올해 설 연휴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며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올해 추석엔 4분기 판매 회복 방안과 친환경차 전략을 고민하면서 베이징모터쇼를 챙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형 아반떼와 신형 투싼을 공개했고, 팰리세이드의 중국 투입도 확정했다.

그룹 총수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응책과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이선화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대외 일정 대신 자택과 회사 등에서 코로나19 극복 관련 하반기 경영 전반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될 조짐이 보이자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극복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전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추석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길 바란다며 추석 연휴 중 볼만한 다큐멘터리로 '플라스틱 바다'를 추천했다. 자신의 경영 철학을 임직원들과 공유하며 추석 이후 사업적 활동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다.

이와 함께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변화와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 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근본적 변화)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극복 메시지를 던졌다. 이어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며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워크숍을 통해 사장단에게 코로나19 경영 환경 속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집요함'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인화 트렌드가 니치를 넘어 전체 시장에서도 빠르게 보편화될 것"이라며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추석 연휴 일본에 머물며 경영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2인자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으로 롯데 내부에 또 다른 충격적 변화가 예고된 만큼, 대규모 조직 개편과 개편 이후 코로나19 대응 전략 등에 대한 생각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임원들에게 추석 연휴에 읽을 만한 책으로 홍성태 교수의 '그로잉 업'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성공 전략을 담고 있다.

재계는 미래 전략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총수들이 연휴 이후 새로운 경영 전략을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추석 이후엔 내년 경영 방향이 큰 틀에서 정리될 것"이라며 "이는 연말 인사에 반영되고, 메시지를 통해서도 직원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