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을 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25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일대에서 열린 부동산규제정책 반대, 조세저항 촛불집회 모습. /이동률 기자 |
'임차인 내보내기' 비상…"설익은 부동산 정책에서 비롯한 전쟁"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차인만 국민이냐, 임대인도 국민이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곳곳에서 임대차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단연 '계약갱신청구권'이다. 계약갱신 요구를 하는 세입자로 인해 매매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잦고, 임차인이 계약갱신 포기를 이유로 집주인에게 복비와 이사비 등 목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29일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이후 이달 18일까지 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 문의는 1만4830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8614건)과 비교하면 72.2% 뛰었다.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의하면 7월 말부터 8월 31일까지 임대차 상담만 해도 5090건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1539건)의 3.3배 규모다.
최근 크게 두드러지는 분쟁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가능한 세입자가 낀 매매 거래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함에 따라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계약이 깨지고 이에 따른 배액 배상에 대한 책임 공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법상 계약이 일방의 책임에 의해 파기되면 당사자가 그때까지 오고 간 금액의 두 배를 배상해야 하지만 이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 중 누구 때문에 계약이 깨졌다고 확언하기 어려운 탓이다.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빌미로 금전적 요구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이사비나 복비(부동산중개료)를 요청하는 것이다. 본인 명의 서울 송파구 오금동 소재 아파트를 소유 중인 박 모 씨(59)는 "본래 12월까지 있겠다던 세입자가 집이 안 구해진다며 '배 째라' 식으로 나온다. 청구권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이사비를 지원해달라는데 이러다 정말 주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광장에서는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정책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임세준 기자 |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세입자 내보내기'에 비상이 걸린 임대임들의 고민이 줄을 잇는다. "(임차인이) 예정대로 계약 만료일에 나가주는 게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위로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달라고 한다", "계약금을 내기 위해 전세금 10%를 먼저 달라고 하던데, 이 정도만 요구하면 양반이라고들 한다", "계약만료와 동시에 내 집으로 들어갈 생각인데 진짜 들어가는 거 맞냐며 정보열람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더라"는 등의 글이 쏟아진다.
물론 세입자들의 고충도 이해 못 하는 부분은 아니다. 전세 매물난 속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또한 연일 치솟고 있는 탓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707만 원으로 201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달 평균 전셋값은 1년 전(4억6682만 원)과 비교하면 5025만원(10.7%) 올랐고, 2년 전(4억5938만원)보다는 5769만 원(12.6%) 상승했다.
오늘(29일)부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들의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계약갱신청구권 요구를 거절당한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실제로 그 집에 거주하는지 아니면 다른 세입자에게 임대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 주택에 대한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를 작성하고 임대차계약서 등 증빙서류를 지자체에 제시하면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눈에 불을 켜고 (임대차 정보를) 들여다보지 않겠나. 이 과정에서 갖은 꼬투리를 잡는 경우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설익은 부동산 정책 때문에 임대인과 임차인들간 전쟁이 시작된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집 없는 세입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허술한 대책 때문에 '내 집'에 못 들어가는 집주인들이 생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임대인이 갑(甲)이고 임차인이 을(乙)이라는 말은 옛 말이다. 지금은 임차인이 갑(甲) 이고 임대인은 정(丁)쯤 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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