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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출사표' 던진 코오롱FnC…초라한 성적표에 '승부수' 될까
입력: 2020.09.28 06:00 / 수정: 2020.09.28 06:00
코오롱FnC가 화장품 시장에 다시 한 번 진출했지만, 일각에서는 이규호 COO의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 본사 모습. /한예주 기자
코오롱FnC가 화장품 시장에 다시 한 번 진출했지만, 일각에서는 이규호 COO의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코오롱인더스트 본사 모습. /한예주 기자

'엠퀴리' 이어 '라이크와이즈' 출시…업계 "부진한 실적에 '악수' 될 것"

[더팩트|한예주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이 뷰티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선보였던 첫 화장품 브랜드가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면서 실패했지만,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통해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화장품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당장 브랜드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코오롱FnC를 일으킬만한 신성장동력으로 뷰티를 선택한 이규호 코오롱FnC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악수(惡手)'를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MZ 겨냥한 '라이크와이즈' 출시…'엠퀴리'와 함께 이원화 전략

2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FnC는 지난 17일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를 출시했다. 라이크와이즈는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엠퀴리'에 이은 두 번째 뷰티 도전작이다.

라이크와이즈란 브랜드명은 '현명하고 명쾌한 생각으로 나를 즐긴다'는 의미를 담았다. 보습력이 탁월한 저분자 히알루론산을 모든 제품에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반영해 브랜드 콘셉트를 '수분 직배송'으로 잡았다. 특히, 피부가 연약한 10대들이 사용해도 안전한 원료(EWG 그린 등급)를 썼다. 국내 화장품 성분 분석 앱 '화해'가 지목한 20가지 유해성분과 인공적인 향을 넣지 않아 피부 자극을 최소화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라이크와이즈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제품을 사용한 고객 대부분이 수분감과 보습 지속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피드백했다"면서 "'제품 자체가 순하다 보니 마스크 때문에 예민해진 피부에도 편안하게 쓸 수 있었다', '패키지와 택배 배송 박스도 예쁘다', '깔끔하다', '브랜드의 노력이 느껴진다' 등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FnC는 지난해 5월 '엠퀴리'를 통해 화장품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하지만 1년만에 엠퀴리 사업을 접고 최근 들어 리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회사는 올해 하반기 초를 목표로 리뉴얼을 진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화장품 시장 전체가 극심한 부진의 늪에 빠진데다 산업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도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일정이 미뤄졌다.

코로나19 이후 색조 화장품의 판매 위축과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판로 변화 등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실시간으로 급변하고 있어 사업모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논의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오롱FnC의 화장품 사업에 대한 의지는 여전했다. 회사는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별도의 사업부를 구성해 두 브랜드를 기획하는 등 힘을 썼다.

코오롱FnC는 향후 화장품 사업 전략을 이원화해 라이크와이즈는 MZ세대를 겨냥한 수분 집중 합리적인 가격 브랜드로, 엠퀴리는 기술력이 밑바탕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특화시켜 뷰티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엠퀴리는 새롭게 패키지 등을 개선 보완해 내년 2월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리론칭할 방침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은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워 고객 타깃에 맞추고 있다"면서 "라이크와이즈는 출시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안정화시키는 것을 최대 관건으로 여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와 경쟁 심화로 화장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회사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코오롱FnC 라이크와이즈 홈페이지 캡처
업계에서는 코로나19와 경쟁 심화로 화장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 회사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코오롱FnC '라이크와이즈' 홈페이지 캡처

◆ 이미 '레드오션'…화장품업계 "기존 업체들도 위기다"

다만, 코오롱FnC의 화장품 진출에 대해 업계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치열한 경쟁 탓에 국내 화장품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국내 화장품 업체 수는 2만여 개에 이르며, 올해에만 3679개의 화장품 책임판매업체가 신규 등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패션업체가 잇따라 새로운 먹거리로 화장품 사업을 지목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면서 "안 그래도 화장품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데,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생존이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화장품 사업은 전문 ODM·OEM 업체들이 많아 여느 사업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대박 상품 하나만 있으면 성장에 속도가 붙기 때문에 업체들은 몇 년 째 화장품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면서도 "새로 시작한 업체들은 브랜드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패션과 화장품의 결합 역시 성적표가 좋지 않다. 화장품 시장에 뛰어드는 패션업체들은 "패션과 화장품은 소비자층이 비슷하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화장품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화장품과 패션의 타깃은 비슷하지만, 화장품의 트렌드 교체 주기가 더 빠르고 유통채널도 다양하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몇몇 성공 사례만 가지고 시장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면서 "사실 화장품 브랜드들은 결국 수출을 목표로 하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고, 중국 시장 부진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화장품업체들도 위기를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기능성 등을 모두 갖춰야 하는 어려운 업계"라며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해봤다면 시장을 어느 정도 알 텐데 왜 다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캐시카우' 급했나…이규호, 잘못된 선택?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불황으로 인한 영업악화가 코오롱FnC의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웃도어 침체기 이후 '캐시카우'가 필요했던 이규호 COO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코오롱FnC의 매출은 지난 2014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2014년 1조2490억 원, 2015년 1조1516억 원, 2016년 1조1372억 원, 2017년 1조967억 원, 2018년 1조456억 원을 기록하며 회사 내 위기감은 고조됐다.

특히, 지난해엔 매출과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9729억 원을 기록하면서 매출 1조 원대도 무너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5억 원으로 66.1% 급감했다. 이로써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신세계인터내셔널, 한섬, 이랜드 등 경쟁업체들에 밀려 패션업계 '톱5' 자리마저 내주게 됐다.

올해 1분기 매출도 1708억 원으로 2019년 1분기 매출(2348억 원)보다 600억 원 이상 줄었으며 영업손실 14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자 올해 상반기 순매출액은 4042억 원으로 전년 동기(4674억 원) 대비 13.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58억 원에서 -742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오롱FnC의 추락은 아웃도어 시장 침체와 경쟁 격화 등으로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또 다른 한방이 없었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주력 사업인 코오롱스포츠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회사가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브랜드 재정비에 힘을 쓰고 있지만 사실상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겠다는 움직임이 회사 내에서 계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코오롱FnC는 안정에 힘을 써야 할 시기"라며 "화장품 브랜드는 결국 자금력으로 승부를 보는데 타 경쟁사들과 비교했을 때 코오롱FnC는 우위에 서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결정이 회사의 재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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