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최근 주택시장 가격에 선행하는 매매심리의 진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잦은 대책 발표에 관망세…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친 영향"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사실상 멈췄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 가격에 선행하는 매매심리의 진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서울 기준 9월 둘째주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주 연속 0.01%, 강남4구의 경우 6주 연속 0으로 보합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가 사실상 멈춘 모습"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에 대해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 등 공급대책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서울 외 지역에서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와 비율이 감소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도 일부 진정되는 모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임대차 3법의 정착, 4·4분기 공급물량 확대 등이 진행되면 전·월세 시장도 안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수급동향지수와 매수우위지수를 집값 안정화 전망에 대한 근거로 내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매수수급동향지수는 102.9로 균형치인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 매매매수수급동향지수는 아파트 매매에 대한 공급과 수요 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는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수치다. 100 이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는 의미고, 이 수치가 낮을수록 부동산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KB부동산 리브온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첫째 주에 96.2로 13주 만에 기준선(100) 아래로 하락한 데 이어 둘째 주에 92.1로 더 떨어졌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고, 이런 추이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매수우위지수는 KB가 서울 지역 협력 부동산중개업체 9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수자와 매도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언급한 수급동향지수와 매수우위지수만을 토대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홍 부총리가 제시한 자료는 최근 2주일여간의 단기 수치로, 장기적인 전망의 근거로 쓰이기에는 미약한 게 사실이다.
지난 7~8월 정부는 계약갱신청구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등 갖가지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가 크게 번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기존 2단계에서 2.5단계로 상향되는 상황 또한 발생했다. 관망세가 짙어져 매수가 일시적으로 주춤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대책 발표도 잦았고, 코로나19 국면에 집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당연히 줄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며 "근래 몇 주간 집값이 떨어진 것은 맞겠지만 단기 자료를 토대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 국면에 접어드는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로서는 집값이 내릴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전문가 또한 "전망을 이야기하려면 적어도 최근 6개월 자료정도는 토대로 분석을 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하락한 지수를 토대로 집값 안정을 점치는 건 지나친 낙관론"이라며 "설익은 정부 부동산 대책이 계속해 나온다는 전제하에 집값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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