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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장송곡을 따라 해요" 대기업 사옥 붙박이 시위 사라질까
입력: 2020.09.23 07:00 / 수정: 2020.09.23 07:00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현대·기아차가 박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 등을 틀어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킨 부분에 대해 회사 측의 청구를 인용, 금지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양재 사옥 입구에 설치된 시위용 현수막과 피켓. /서재근 기자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현대·기아차가 박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 등을 틀어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킨 부분에 대해 회사 측의 청구를 인용, 금지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양재 사옥 입구에 설치된 시위용 현수막과 피켓. /서재근 기자

"선 넘는 집회·시위 안 된다" 法 판결 잇달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자극적인 글귀로 가득 찬 현수막과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는 만큼 크게 울려 퍼지는 장송곡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 국내 다수 대기업 사옥에 짊어져 왔던 '시위의 장'이라는 꼬리표가 사라질 수 있을까.

최근 법원에서 잇달아 대기업 본사 앞 시위와 관련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거나 명예 훼손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건전한 집회 문화 정착을 향한 경제계 안팎의 기대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역삼동 GS타워, 하이트진로 청담동 사옥 등 다수 대기업 본사 앞에서 수개월, 길게는 10년 가까이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집회인들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를 담은 현수막과 과도한 소음을 발생, 그 피해가 해당 기업을 넘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이 같은 과도한 시위행위에 관한 법원의 판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제27민사부는 현대·기아차가 박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집회행위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일부 원소 승소 판결했다.

피고 박 씨는 지난 2013년부터 7년째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아차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박 씨의 신원노출 문제에 대해 기아차의 민사상 책임이 없음을 확인하며 분쟁이 종결(화해 권고)됐음에도 시위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박 씨가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 앞에서 대형 확성기로 장송곡 등을 틀어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킨 부분에 대해 회사 측의 청구를 인용, 금지 판결을 내렸다.

장송곡에 지속 노출될 경우 급성 스트레스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주장하는 내용과 장송곡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단지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법원은 박 씨가 시위 현장에 설치한 일부 과도한 현수막과 '저질기업', '악질기업' 등의 피켓문구에 관해서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회사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한 행위라고 인정해 피고에게 현대차와 기아차에 각각 500만 원씩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 인근 주민들이 매일 장송곡과 현수막 때문에 장기간 피해를 입어 왔다"며 "올바른 집회 문화가 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길게는 수년째 시민단체 등에서 연일 각종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 서초사옥 앞에는 길게는 수년째 시민단체 등에서 연일 각종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준 사례는 또 있다. 연중 집회가 벌어지는 삼성 서초사옥의 경우 지난 5월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금융 계열사와 사내 어린이집 두 곳은 지난 5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를 상대로 업무방해 금지 등 가처분(집회시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보암모는 지난 2017년 일부 암환자들이 보험사에 요양병원 입원일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지난 2018년 11월부터 삼성생명 본사 주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여 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시위 방식이다.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삼성생명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시위를 이어간 이들 단체는 유동 인구가 밀집하는 오전 출근시간대와 점심시간 때 수시로 법정 허용치인 주간 75dB 이상의 크기로 욕설이 섞인 가사로 개사한 장송곡을 불렀다. 아울러 일부 집회자들은 고객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점거 시위를 벌였다.

특히, 시위가 벌어진 서초사옥 3층에는 사내 어린이집이 들어서 있다.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어린이집 원생들이 집회자들이 부르는 욕설 섞인 장송곡을 따라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초사옥 인근 주민들 역시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서초사옥과 가장 인접한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만난 직장인 석모 씨는 "매일 울려 퍼지는 확성기 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이곳(서초사옥)을 지날 때면 어쩌다 시위가 없을 때면 되레 더 어색해서 건물을 한 번씩 쳐다보게 될 정도다. 왜 시위를 벌이는지 속사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방법에 있어서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업무방해는 물론 어린아이들과 사옥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하자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결국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이다. 이에 법원은 회사 측의 가처분을 일부 인용, 서초사옥 각 건물 반경 100m 이내에서 현수막, 피켓, 확성기 등을 사용해 삼성생명과 관련된 허위사실 연설·제창하는 행위를 비롯해 사업장 무단출입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대법원이 서초사옥 앞에서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서초사옥 앞에서 무려 100여 차례에 걸쳐 '장송곡 시위'를 벌여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환 삼성일반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외에도 다수 대기업의 본사 앞은 집회인들이 설치한 무분별한 천막과 현수막, 법적 허용치를 초과한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라며 "이 같은 무분별한 시위는 기업 이미지 훼손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직원, 주변 상가, 일반인들에게 큰 피해다. 최근 법원이 불법 시위에 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만큼 올바른 집회문화가 널리 확산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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