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구광모 회장 "코로나19 위기 속 기회 찾아야" 한목소리[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 총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 또한 지속될 조짐을 보이자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극복 메시지'를 던지며 내부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전날(22일)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관련한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SK 모든 구성원에게 보냈다. 이메일에서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 변화와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 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근본적 변화)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이러한 메시지를 내놓은 건 코로나19로 달라진 환경에 구성원들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번 위기를 딥체인지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삼으라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위로하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영상에서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환경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희망을 잃지 말고 열정과 패기로 꿈을 이룰 것을 당부했다.
최태원 회장은 "코로나19로 우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며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그 기회를 통해 다른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같은 날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코로나19 위기 극복 메시지를 냈다. 취임 후 두 번째로 진행된 사장단 워크숍에서 "앞으로의 경영 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워크숍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경영진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됐다.

LG 최고경영진들은 LG경제연구원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 관련 분석과 전망을 공유받고, 그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LG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길어짐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보호주의 확산과 탈세계화 가속화, 환율 등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동·교역의 제약은 수요 재편으로 이어져 △홈 △건강·위생 △비대면·원격 △친환경 등 새로운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LG 최고경영진들은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주요 시장별 공급망 유연성도 높여 나가기로 했다.
구광모 회장은 코로나19 경영 환경 속에서 고객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집요함'을 주문했다. 그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인화 트렌드가 니치를 넘어 전체 시장에서도 빠르게 보편화될 것"이라며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받기 어렵다.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재계 총수들 역시 코로나19 위기 극복 메시지를 꾸준히 내놓으며 임직원 독려에 나서고 있다.
직접 주요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간이 없다.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강조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어려운 상황이 2~3년 계속되겠지만 이 기간을 우리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으로 만들어 함께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당부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은 또 함께 롯데그룹을 이끌었던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을 포함한 이례적 '8월 깜짝 인사'를 통해 롯데 내부에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