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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바보라는데…" 인천공항 재입찰 마감에 면세점 '복잡한 셈법'
입력: 2020.09.19 06:00 / 수정: 2020.09.19 06:00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전 마감일을 앞두고 국내 면세점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 다른 유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인청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습. /임세준 기자
인천공항 면세점 재입찰전 마감일을 앞두고 국내 면세점들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또 다른 유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인청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모습. /임세준 기자

롯데·신라·신세계·현대百 참여 전망…코로나19 사태 속 '승자의 저주' 우려도

[더팩트|한예주 기자] '사상 첫 유찰'이 발생했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사업권 재입찰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천공항이 임대 조건을 크게 완화하면서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빅4'는 큰 예외 없이 모두 입찰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파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각 사는 입찰가액을 두고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오는 22일까지 T1 출국장 면세사업권의 재입찰 신청을 받는다. 기존 신청 기한은 14일까지였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지난 2월 발생한 유찰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사상 첫 유찰로 충격을 받은 인천공항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면세점들에 각종 '당근책'을 제시했다. 또 한 번의 유찰 사태를 막기 위해 사업권 입찰 문턱을 대폭 낮춘 것이다.

먼저 인천공항은 기존 '최소보장금' 제도를 유지하는 대신, 공항 여객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임대료 '매출연동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임대료의 최저선으로 제시된 최소보장금도 지난 1차 입찰 당시보다 약 30% 낮췄고, 여객증감율에 연동해 조정되는 최소보장액 변동 하한(–9%)을 없앴다. 사실상 면세업계가 요구하던 조건을 모두 들어준 셈이다.

현재 입찰 대상 중 대기업 몫은 △DF2(향수·화장품) △DF3(주류·담배) △DF4(주류·담배) △DF6(패션·기타) 총 4개다. 변경된 조항을 적용하면 규모가 가장 큰 DF2 구역의 임대료는 기존 1161억 원에서 813억 원으로 350억 원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DF3·4·6도 100억~200억 원가량 임대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업체마다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입찰가액을 두고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더팩트 DB
면세점 업체마다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입찰가액을 두고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더팩트 DB

국내 면세점들은 공식적으로는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지만,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4개사가 모두 이번 재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당장은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어렵더라도 장기적 경쟁력을 고려하면 매출 규모 등에서 세계 최상위권인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기회를 마냥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이번 입찰에 실패할 경우 인천공항 T1의 모든 매장을 철수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참여여부를 직접적으로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조건이 굉장히 좋기 때문에 안 하는 게 바보"라면서 "전 구역에 입찰 신청을 넣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따는 게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는 업체도 있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 백신이 나와 맞았다한들 당장 외국에 나가는 고객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입찰 신청을 안 하자니 10년 동안이나 운영을 못하는 게 부담스럽고, 당장 하자니 사정이 힘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면세산업은 크게 휘청이고 있다. 월 매출 기준 2조 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국내 면세산업은 현재 '반 토막' 매출에 적자 누적으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이다.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2516억 원으로, 전달(1조1130억 원) 대비 12.5% 늘었다. 1조 원 벽이 무너졌던 지난 4월(9867억 원) 이후 꾸준히 반등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2조 원을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신라·신세계 '빅3'의 상반기 합산 영업적자는 2444억 원에 이른다.

현재 면세점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매장의 영업 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등 생존을 위한 비용 감축에 몰두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달부터 영업 정상화 시점까지 시내면세점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서울 코엑스점과 부산점의 휴무일을 일요일과 월요일 주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양 지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했지만, 매출이 급감하면서 지난 4월부터 월요일 주 1회 휴무를 결정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경우 5월 매출이 95%까지 줄면서 6월부터 아예 영업을 중단했다.

신라면세점도 제주공항점과 제주시내점, 김포공항점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또 서울 시내점과 인천공항점은 영업 시간을 단축해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부터 강남점과 부산점의 영업을 주2회(일·월요일) 쉬고 있다.

해외 사업도 축소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올 상반기 대만 법인을 철수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태국과 인도네시에서도 사업을 접기로 했다.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장을 정리하고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각 사가 입찰가액을 두고 눈치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또 다른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면세점들이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인천공항의 상황 등을 고려해 손익분기점을 비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답이 나오면 과감하게 갈거고(베팅할거고), 답이 안 나온다면 베팅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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