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5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이 기아차의 '셀토스'(왼쪽)와 현대차의 '코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셀토스와 10월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더 뉴 코나' /각 사 제공 |
르노삼성 'XM3',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신차효과 다했나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이 현대자동차(현대차)의 '코나'와 기아자동차(기아차)의 '셀토스'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 'XM3', 한국지엠의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들의 선전으로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시장 구도가 형성되는 듯했지만, 두 모델 모두 지난달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여기에 다음 달 '코나'의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까지 예고되면서 메이저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소형 SUV 모델 내수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뒷걸음질 쳤다.
지난 7월부터 개별소비세 혜택이 기존 3.5%에서 1.5%로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출시된 신차들의 부진이 두드려졌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 3월 출시 이후 두 달간 월 판매 5000대를 기록하며 판매 실적을 견인했던 XM3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급감했다.
실제로 XM3의 내수 판매량은 지난 6월 5330대에서 7월 1909대로 64.2%가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도 1717대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대 이상의 감소율을 보였다. 특히, 7월 불거진 '결함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XM3 TCe260 등 2개 차종 1만9993대에서 연료펌프 내 임펠러 손상으로 연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발견, 리콜 조치에 들어가면서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중형 SUV 'QM6'와 더불어 내수 실적을 견인해 온 XM3의 부진으로 르노삼성은 지난 7월에는 한국지엠에, 지난달에는 쌍용자동차(쌍용차)에 내수 3위를 내줬다.
르노삼성의 'XM3'(왼쪽)와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는 개소세 인하 축소 등의 여파로 지난 7월부터 두 달째 판매량이 두 자릿수대 감소율을 보였다. /각 사 제공 |
한국지엠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개소세 인하 축소로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은 7월(2494대)에 이어 지난달(1780)까지 두 달 째 감소했다.
양사 모두 다른 세그먼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만큼 신차 판매 부진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의 경우 전월 대비 판매량이 상승한 모델은 QM6 단 한 차종뿐이다. 한국지엠 역시 승용 부문에서 지난달 2244대가 판매된 경차 '스파크'가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이마저도 상승률은 0.9%에 불과하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상용 부문에서 '라보'를 제외한 전 차종이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그나마 마이너 3사 가운데 판매량이 늘어난 곳은 쌍용차 한 곳으로 '티볼리'의 경우 홈쇼핑을 통한 온라인 판촉 등 언택트(비대면) 마케팅에 힘입어 7월 1535대에서 지난달 1901대가 팔리며 체면을 지켰다.
소형 SU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아차 셀토스와 격차 역시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셀토스 역시 개소세 인하 축소 여파로 지난 7월 3966대에서 지난달 3277대로 17.4%의 감소율을 보였지만, 지난 3월을 기점으로 6개월 동안 월3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경쟁 모델과 1000~1500대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의 신차 발표 소식 역시 부담이다. 현대차는 다음 달 내로 자사 소형 SUV 코나의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코나'를 출시할 예정이다. 코나는 지난달 신차 출시 영향으로 1574대가 팔리며 국내 소형 SUV 가운데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7월까지 2922대를 기록하며 셀토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오는 10월 자사 소형 SUV '코나'의 상품성 개선 모델 '더 뉴 코나'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더 뉴 코나 N라인 /현대차 제공 |
특히, 현대차는 이번 새 모델에 10.25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클러스터를 적용하고, 안전하차경고 및 후석승객알림, 차로유지보조, 전방 차량 충돌방지 보조를 기본화했다. 여기에 1.6가솔린 터보와 하이브리드, N라인 세 가지 라인업으로 출시되는 만큼 기존 소형 SUV 수요가 선택 폭이 넓어지는 새 모델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쏠림 현상은 세단은 물론 레저용 차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세그먼트 분야에서 갈수록 더 심해지는 분위기"라며 "상대적으로 메이저 업체의 시장 진출이 늦은 편이었던 소형 SUV 시장은 그나마 과거 쌍용차의 티볼리와 르노삼성의 'QM3', 한국지엠 '트랙스'를 비롯해 다양한 신차가 공존하며 경쟁을 벌였지만, 최근 이 같은 구도마저 흔들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의 코나 상품성 개선 모델을 비롯해 최근 가격 부문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지는 않지만,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수입 브랜드에서도 잇달아 신형 소형 SUV를 출시하는 등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어 시장 구도가 더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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